잘 곳을 찾아 이리저리 거리를 헤매던 중
할머니 한 분이 산책 중이셨는데 아무래도
이 곳에 대해 잘 아실 것 같아서
할머니께 다가가서 근처에 캠핑장이나 유스호스텔
아니면 그냥 텐트 칠만한 곳이 없는지 물어봤다.
할머니께서는 잠시 그럴만한 곳을 생각해 보시더니
그럴 만한 곳이 없다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신다...
'이걸 어쩐다...'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머니께서 자기 집 정원도 괜찮으면
자기 집 정원에 텐트쳐도 된다고 하셨다.
정말 막막한 상황이었는데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
할머니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니
집으로 가자고 하시며 앞장 서셨다.
산책하시던 길이셨는데도 산책을 그만 두시고,
나를 집으로 안내해주셨다.
할머니를 따라 할머니 댁에 도착해서
정원에 텐트를 치려고 했더니
정원에서 자지 말고 그냥 자기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할머니 집에 들어가니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그 너머로 방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왼쪽에 있는 방에서 자면 될 거라고 하셨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짐을 풀어놓으니
할머니께서 샤워부터 하라고 하시면서
지하에 있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셨다.
샤워를 위해 할머니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소문으로만 들었던 독일 가정집의 지하를
직접 볼 수 있었는데 과연 소문대로 창고에는
각종 먹을거리와 물, 음료수가 저장되어있고
세탁실, 샤워실, 간이 부엌 등 지하에서만 지낼 수 있을만큼
잘 꾸며져 있었다.
샤워를 하면서 밀린 빨래를 하고 났더니
할머니께서 빨래까지 하셨냐며 웃으신다...^^
그러면서 보일러실에 있는 빨래 건조대에서 말리면
될 거라면서 같이 널어주셨다.
그리고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할머니께서
저녁으로 수프를 준비하셨다면서 먹으러
올라가자고 하셨다...ㅜㅜ
방을 내주신 것도 고마운데 한 발 앞서서 챙겨주시니
고마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할머니께서 끓여주신 수프~
만두처럼 생겼는데 겉은 만두피처럼 밀가루로 만들어졌고,
안에는 다진 고기와 야채가 들어있었다.
만두와는 다르게 속이 단단해서 더 푸짐한 느낌이었다.
국물은 맑으면서도 시원했다.
생소한 향신료가 들어가서 특이한 냄새와 맛이 났지만
그래도 만두국 먹는 것처럼 맛있었다.
국물까지 다 먹고 만두를 몇개 더 먹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왔다고 최대한 동양음식처럼
만들어 주신 것 같았다.
스프가 너무 맛있다고 했더니 좋아하셨다.
국물이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비슷하다고 했더니
국물 맛을 내는데 사용하셨다며 야채 가루를 보여주셨다.
수프를 먹고 나서 샐러드와 빵, 커피를 주셨다.
신선한 야채를 얼마만에 먹는 것인지...
그리고 비스켓 같은 빵에 구멍 뚫린 치즈를 얻어서 먹었다.
낯설어하는 나에게 할머니는 차근차근
어떻게 먹는지 알려주셨다.
이 때 할머니께서 독일 빵을 먹는 법을 가르쳐주셔서
여행하는 동안 맛있게 빵을 먹을 수 있었다.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따뜻한 수프에 마음까지
따뜻해지고 배가 든든해졌다.
저녁을 먹으면서 할머니와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할머니 성함은 Beuter(보이터)라고 하셨다.
왜 여행을 하는지, 여행은 어디로 할 계획인지에서
시작해서 각자의 가족얘기도 하고 그랬다.
보이터 할머니께서는 몇년 전에
경찰이셨던 남편과 사별하시고 혼자 지내신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우체국에서 일하셨단다.
아들이 하나 있고, 예쁜 손녀들이 2명이 있다고 자랑하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스키를 좋아하신다며
스키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셨다...^^
비록 영어가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할머니는 독-영 사전을 찾아보시면서까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기셨다...^^
저녁을 먹고 할머니께서는 TV를 보면서 11시까지 쉴테니
방에서 편하게 쉬다가 자라고 하셨다.
할머니께 잘 쉬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평소에는 할머니의 서재로 쓰시는 것 같았지만
손녀들이 오면 손녀들이 지내는 방이라고 하셨다.
침대 옆에 짐을 풀었는데 깔끔한 방이라서
그런지 지저분해 보여서 좀 죄송했다.
선반에는 손녀들 사진들이 보였다.
할머니 책상에서 성경을 읽고 일기를 썼다.
그리고 할머니께 온 편지를 보고 할머니의 Full name과
주소를 알게 되어서 얼른 주소를 메모지에 적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꼭 선물을 보내야지~!!^^
내일 떠날 길을 확인하고 났더니
어느덧 11시가 다 되었다.
거실에서 TV를 보시는 할머니께 가서
잘 주무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불과 몇시간 전에는 어디서 자야할 지 몰라
헤매고 있었는데 이렇게 편안한 침대에 잠을
자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독일 가정집에서 처음 자는 것이었지만
보이터 할머니 덕분에 마치 친할머니댁에서
지내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편안했다.
독일에 온 지 2일 만에 독일이 완전히 좋아져 버렸다~~!!^^*
Ich liebe dich~~ Deutschland~!!
혼자 여행하는 것이 외롭고 힘들어 그만두고
돌아가버릴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독일 할머니의 순수한 도움을 받게되니
두려움과 외로움이 스르르 사그라진다....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 유명한 여행지들과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아무리 좋은 여행지를 본다 한들
좋은 사람들과 만남에서 얻는 감동에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Thum 할아버지, 할머니와 만남에서 느꼈던 따뜻함이
채 식기도 전에 Beuter 할머니를 만나게 되어
더 따뜻해진 가슴을 안고 편하게 잠들었다.
☆ 오늘 달린 거리 : 85.2km (누적 거리 : 1117.3km)
★ 오늘 지출액 : 0
'여행 > 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럽 자전거 여행기 30 (이별의 아픔) (0) | 2016.06.30 |
---|---|
유럽 자전거 여행기 29 (할머니와 호헨촐레른 성 관광하기~^^) (4) | 2016.06.28 |
유럽 자전거 여행기 27 (헤잉겐 - 호엔촐레른 성 앞에 도착하다) (0) | 2016.06.26 |
유럽 자전거 여행기 26 (독일, 첫날부터 만난 인연) (0) | 2016.06.26 |
유럽 자전거 여행기 25 (드디어 독일에 도착하다) (0) | 2016.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