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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유럽 자전거 여행기 42 (나비효과?)

by freewheel 2016. 9. 7.

<5월 4일(일) 유럽 자전거여행 26일째>

 나비효과?

 


  어제밤부터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ㅜㅜ

샤워를 못하고 잠을 자서 꿉꿉한 느낌이 들었고,

새벽에 많이 추웠기 때문이다...ㅜㅜ

 

덕분에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일어났다.

 

 

고요한 아침 시간에 잠을 깨어 텐트 뒤로 돌아보니

넓은 초원도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은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이라 조용하기만 하다...

  

 

잠시 고요함을 즐기고 싶어서 벤치에 앉아 고요함을 즐겨본다.

평화로움도..

  

오늘 가야할 길과 뮌헨에 도착해서

어떻게 여행을 할 것인지도 생각해본다.

  

시지 아저씨네 가족이 일어나기 전에 우선 성경책을 읽고

(오늘 드디어 창세기를 다 읽었다...^^)

혼자 예배를 드렸다.

  

아침에 최대한 일찍 출발하기 위해 짐을 서둘러 챙기고

화장실을 쓰기 위해 사만다 아주머니께 화장실을

좀 써도 되는지 물어보니 마음껏 쓰라고 하신다.

 

볼일만 보려고 했는데 샤워도 하라는 아주머니의 말씀에

따뜻한 물에 깨끗하게 샤워까지 하니 너무 개운하다....^^

 

 

역시 독일인의 가정은 항상 깔끔하다.

우측의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세면대에서 면도와 양치질을 했다.

  

 

세면대 뒷편으로는 욕조가 있고 천장이 뻥~! 뚫려있어서

밤에 욕조에 앉으면 별을 보며 목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욕실 입구에 있는 좌변기...

벽에 달랑 붙어있는 모습이 어찌나 어색하던지....ㅜㅜ

 

거기다 주변이 너무 깨끗해서 정말 조심조심히 볼일을 봐야했다...^^

(물을 내릴 때도 뚜껑을 닫고 조심히 내렸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왔더니 사만다 아주머니가

팬케잌을 만들건데 먹고 가라고 하셔서

서둘러 짐을 챙기고, 타이어에 바람을 좀 더 넣기로 했다.

 

펌프를 튜브에 꽂으려고 하는데......

.

.

.

  

 

순간적으로 밸브가 날라가 버리며

바람이 완전히 빠져버린다.... 슈~욱~~~

 

머리속도 하얗게 변하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도무지 갈피가 안 잡힌다.

  

어쩔 수 없이 시지 아저씨께 말씀을 드렸더니

차고에 자전거가 몇대 있으니 튜브를 쓸 수 있는지 보자고 하신다.

 

  

아저씨네 차고에 있는 자전거를 몽땅 꺼냈지만

튜브에 달린 밸브가 모두 슈레더 방식(독일 방식...)이라

내 자전거 바퀴에는 구멍이 맞지 않아서 사용할 수가 없다...ㅜㅜ

  

아저씨께서는 우선 아침부터 먹고

주변 샵이나 마트에 가서 튜브를 사자고 하셨다.

 

 

튜브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사만다 아주머니께서 준비해 주신

어~뭬리칸 아침을 맛있게 먹기로 했다...^^

  

달콤한 팬케잌에 쨈, 꿀을 발라서 먹는데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딱딱한 독일의 빵만 먹다가 부드러운 빵을 먹으니

얼마나 맛있게 느껴지는지...

 

아침 식사를 하면서

아저씨, 아주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의 문화, 역사부터 시작해서 독일의 문화와 역사까지

짧은 영어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침을 먹고 아저씨네 가족 사진을 찍었다.

시지 아저씨와 푸른 눈을 가진 금발의 미녀 사라~

그리고 고양이

 

  

나보다 더 개구쟁이인 슈테판~

사만다 아주머니 속을 좀 많이 썩힐 것 같다...ㅎㅎ

  

 

호기심 많고 순수한 사라~

  

 

그리고 친절한 사만다 아주머니~!!!

 

  

아침을 먹고 나자 시지 아저씨가

차를 타고 주변에 튜브를 사러가자고 하시는데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폭스바겐 티구안을 타고 계셨다~!!!

신기해서 물어보니 아직 테스트중인 차량이라고...^^

 

 

아직 개발중인 폭스바겐의 티구안을 타본다는 것이 뜻밖의 행운이라

튜브를 못쓰게 된 것도 에게는 축복이라 느껴진다.

차를 잠깐 주차할 때마다 독일사람들도 신기한지

차를 둘러보고 시지아저씨께 차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

  

아저씨가 아는 자전거 샵은 모조리 돌아다녔지만

오늘이 주일이라 샵은 모두 문을 닫았고,

마트에는 맞는 밸브의 튜브가 없다...ㅜㅜ

 

결국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는 퓌센까지 왔지만

샵을 찾지 못하고 시지 아저씨 댁으로 돌아와야 했다....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한 상황이었는데

사만다 아주머니께서 여기저기 전화로 물어보시더니

동네 조그마한 서점에 가보면 튜브가 있을 지도 모른단다...

'무슨 말이지???' '서점에??'

 

내가 의아해 하니까

서점이 예전에는 자전거 가게였는데

아직 창고에는 연장들과 부품들이

그대로 있다고 하는 것 같다며 가보라고 하셨다.

  

시지 아저씨와 서점에 가보니

서점 안쪽에 자전거 수리를 하던 정비실이 있고

한쪽 벽면에 튜브들이 있는데

거기에 내 자전거에 맞는 튜브가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ㅋㅋ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지만

지금 뮌헨으로 출발하기에는 너무 애매한 시간이다...ㅠㅠ

 

미안하지만 아저씨께 하루를 더 머물고

내일 출발해도 되는지 물어보았는데

아저씨께서는 흔쾌히 허락하셨다.

물론 사만다 아주머니, 사라도 기쁘게 맞아주었다.

 

대신 아저씨의 주말 일과이신 정원 손질을 도와주기로 했다...^^

 

 

 

아저씨네 정원에 그네와 놀이기구들이 많아서인지

동네 꼬마들이 놀러왔다.

 

영어를 전혀할 줄 모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바람에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사라의 도움으로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아이들 덕분에 기본적인 독일어를 배우기도 했다.

(역시 아이들이라 발음이 가장 정확했다...^^)

 

 

아이들과 놀다가 이제야 튜브를 교체했다....^^

  

튜브를 교체하고 사만다 아주머니께 할 일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아주머니께서 너무 미안해 하신다.

 괜찮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런다고 하니

집 뒤뜰에 있는 작은 텃밭을 좀 골라달라고 부탁하신다.

  

 

관리가 잘 안되서 엉망인 텃밭이지만

최선을 다해 땅을 갈고 정리를 했다.

 

오랜만에 허리를 숙이고 제대로 일을 했더니

저절로 소리가 난다.

"아이고~ 허리야~!!"

 

 

 

그래도 깨끗히 정리된 것을 보고 만족해 하시는

사만다 아주머니를 보니 너무 뿌듯하다~~~!!!^----^

 

 

 

아주머니께서는 고맙고 미안해 하셨지만

이틀동안 신세를 지는 나로서는 당연히 도와드려야 한다고 했더니

좀 덜 미안해 하셨다.

 

그것도 잠시

 

아주머니께서는 저녁을 할테니 같이 먹자고 하신다...^^

  

 

 

저녁 메뉴는 생전 처음으로 먹어보는

아스파라거스와 삶은 감자였다.

싱싱한 샐러드와 같이 먹는데

땀을 흘린 뒤라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한 접시를 쏵 비웠더니 한 접시를

더 주셔서 정말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후식으로는 과일과 커피를 먹으며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을 먹고 다시 텐트를 치는데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나와보니

커다란 기구가 머리 위를 날고 있다...^^

  

하늘을 나는 것은 뭐든지 좋아했던 나였는데...

 

잠시

하늘을 꿈꾸던 공군에서의 시간을 더듬어본다.

청춘을 바쳤던 시간들...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괴로웠던 순간...

  그와 동시에 내 앞에 펼쳐질 새로운 일들...

  

여행을 하면서 인생에 대해

새롭게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데

고민의 깊이만 깊어지는 것 같다.

  

내일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야 한다는

아저씨의 말에 나도 얼른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