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구입 가이드 1
자전거 가격은 왜 비싼가요?
취미로 자전거를 탄다고 하면 꼭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자전거가 왜 그렇게 비싸??"
"자전거 1대 살 돈이면 자동차를 1대 살 수 있겠다."
"꼭 그렇게 비싼 돈주고 자전거를 타야돼?"
등과 같이 자전거의 가격에 대한 불만, 거부감, 부담감이 가장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가격에 대한 거부감, 걸림돌만 해결한다면 자전거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구입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자전거의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자전거는 왜 그렇게 비싸게 느껴질까??>
9년 전 처음으로 전문 자전거를 구입하면서 저 또한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에 대한 부담이었습니다. 평소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었고, 자전거를 타고 바람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좋은 자전거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그래도 100만원 이상 하는 자전거를 선뜻 구입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추석 보너스가 나왔는데 그걸 큰 마음을 먹고 자전거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전문 자전거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입문하고 나서야 자전거의 매력에 깊이 빠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생각할 때는 자전거가 비싼 것이 아니고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 문제인데, 왜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전문 자전거와 일반 생활자전거를 구별하자
자전거는 우리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친숙하기 때문에 전문 자전거를 일반 생활자전거와 동급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비싸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는 일반 디지털 카메라와 전문가용 DSLR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다는 기능은 동일하여 똑같이 '카메라' 라고 불리지만 그 성능과 가격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일반 생활자전거와 전문 자전거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Photo by Carina Baumgartner on Unsplash
<생활 자전거 >
생활자전거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많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이야기하며, 주로 교통수단으로 이용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일상적으로 타기에 무리가 없는 범위에서 최대한 제작단가는 낮출 수 있는 정도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철로된 프레임(차체 or 뼈대)에 중국산 저가 부품으로 조립하여 공장에서 대량생산하기 때문에 10 ~ 30만원대의 가격이 주를 이룹니다.(알루미늄 프레임일 경우 30~50만원)
<산악 자전거>
산악자전거는 말그대로 산악지형에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져 있어서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거친환경에서 타더라도 부서지거나 고장나지 않는 뛰어난 내구성이 필요합니다. 노면이 거칠기 때문에 충격 흡수를 위한 서스펜션을 장착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프로드 타이어를 장착하고 다양한 지형에서도 라이딩을 할 수 있게 변속시스템의 가용 범위가 넓습니다. 급경사 내리막을 위한 브레이크 성능도 뛰어나야만 합니다. 이런 성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갖추어야 하는데 수입 브랜드는 100만원 이상, 국내 브랜드는 70~80만원 이상 되는 제품들이 이런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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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클 or Road bike>
우리가 흔히 싸이클이라고 이야기하는 로드 바이크는 포장된 도로에서 최고속도를 내고 최장거리를 가기 위해 만들어진 자전거 입니다. 자동차와 비교하자면 F1이나 르망 24시에 출전하는 경주용 자동차와 개념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인간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기계 중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것이 로드 바이크일 것입니다. 가장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가벼울수록 좋고, 저항을 줄이기 위해 얇은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으며, 변속시스템은 고속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자전거 구동계통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엄청난 자금과 노력을 투자합니다. 마찬가지로 로드 바이크를 잘타기 위해서는(빨리, 멀리 가기 위해서는) 라이더의 체력이 또한 좋아야 하므로 체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이 말은 로드 바이크를 타게되면 체력이 좋아지게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일반 승용차보다 스포츠카가 훨씬 비싸듯이 로드 바이크도 일반 자전거와 비교할 수 없게 비싼데 전문 로드 바이크는 보통 105(시마노 회사 부품명)등급 이상의 부품이 달려있으며, 알루미늄은 100만원대 이상, 카본은 200만원대 이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위와 같이 일반 생활자전거와 전문자전거는 만들어진 목적이 다릅니다. 일반 생활자전거는 일상용으로 사용하기에 무리없고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전문 자전거는 극한의 상황에서 최상의 성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전문 자전거는 자전거 모양을 한 고도의 성능을 가진 스포츠 장비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2. 누구나 탈 수 있다.
레져를 즐기기 위해서는 장비가 필요하고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레슨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패러글라이딩, 스키, 스노보드, 암벽등반, 스킨스쿠버, 카누, 낚시, 골프, 테니스, 볼링 등 이런 레져스포츠는 반드시 장비가 필요하며 처음에 레슨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레슨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먼저 시작한 선배에게 기본적인 것을 배워야지만 시작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레슨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이에 반면 자전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자전거 타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남자들은 어릴 때 무용담까지 가지고 있는데, 두손놓고 탔다는 것은 당연하고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나서 크게 사고가 났다든지, 아버지 자전거가 너무 커서 페달에 발이 닿지 않았지만 그래도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 학교가 멀어서 자전거 타고 등하교를 해서 자전거는 엄청 잘탔었다는 이야기까지 참 다양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자전거 타는 것은 이미 상급 수준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배울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 이유로 자전거를 시작할 때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카메라로 사진찍는 방법을 안다고 '나 사진 잘 찍어~!' 라고 이야기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키, 보드를 처음 타본 사람을 리프트에 태워서 상급자 코스 진입로에 데려다 놓으면 긴장하고 겁을 먹듯이 초보자와 함께 산악자전거를 가지고 산에서 라이딩을 하거나 로드 바이크로 장거리 라이딩을 시작해보면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제서야 본인이 초보인 것을 인지하게 됩니다.
우선 '자전거를 타는 것'을 너무 쉬운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3. 장비부터 구입한 후 입문을 하게된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여러 레져 스포츠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장비를 구입하지 않습니다. 레슨해주는 곳에서 교육을 먼저 신청하면 교육용 장비를 이용하여 기초를 가르쳐주고 어느정도 수준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할 때 장비를 구입하게 됩니다. 교육을 통해 매력을 충분히 느낀 후에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라 장비 구매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덜하게 되는 것입니다. 교육용 패러글라이딩을 타면서 하늘을 나는 재미를 맛보고 나면 내 장비를 구입해서 비행을 하고싶은 욕구가 솟구치고, 실내 풀장에서 스킨 스쿠버 교육을 받으면서 장비를 메고 물속을 들어가보면 바다에도 나가고 싶고 나만의 장비를 갖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그 때는 장비 가격이 큰 의미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Photo by Kilian Kremer on Unsplash)
자전거도 이런 전문교육 기관이 있지만 교육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관심을 가지다가 샵에 가서 자전거를 구입하고 난 후에 입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자전거의 매력은 맛보지 못한채 장비부터 구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생각했던 자전거는 10~20만원인데 50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구입해야 한다고 하니 당연히 비싸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어렵게 100만원을 투자하여 입문용 자전거를 구입하고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하면 대부분 장비를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어집니다. 불과 몇달 전에는 100만원이 아까워서 구입을 망설이시던 분들이 몇달 후에는 여유만 된다면 1,000만원짜리 최상급 자전거로 바꾸고 싶어서 고민하게 됩니다. 그 말은 자전거의 매력에 뒤늦게 빠졌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자전거의 매력을 먼저 맛을 볼 수만 있다면 장비 구입에 대해 고민을 덜할텐데, 장비부터 구입하고 나서야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는 상황이 조금 아쉽습니다. 자전거 구입에 대한 고민은 잠시 보류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드립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얻을 수 있는 것?>
자전거를 타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수없이 많겠지만 몇가지만 예를들면,
- 돈으로 살 수 없는 추억을 갖게 된다.(ex 아이들과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or 친구들과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등)
- 도심을 벗어나 자연속에서 자전거를 타다보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린다.
- 때로는 내리막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 기계를 좋아하는 남자들에게는 하나의 장난감이 되어준다.
- 가끔씩 심장이 터질 듯 페달을 돌리다보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 바람이 얼굴을 타고 넘을 때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 체력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지면서 성취감이 든다.
4. 자전거는 처음에 너무 목돈이 들어간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장비를 처음부터 구매하다 보니 초기에 너무 목돈이 들어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자전거를 구매한다고 끝이 아니고 헬멧, 장갑, 고글, 의류, 베낭 등을 구입하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됩니다....ㅜㅜ
이럴 때는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면 좋습니다.(제가 처음 시작할 때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었습니다.)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서 1년간 레슨을 받으려고 한다고 가정해보면 처음부터 목돈이 들지는 않습니다. 한달에 레슨비 15~20만원(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을 내면 되는데, 자신의 건강을 위해 매달 그 정도 돈을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레슨을 1년간 받는다고 가정할 때 레슨비가 총 180만원이 됩니다.(15만원으로 가정하더라도...)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전거를 100만원을 주고 구입하여 1년간 탄다면 월 8만원, 2년간 타면 월 4만원을 투자한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처음 장비 구입할 때는 분명 목돈이 들고 부담이 되겠지만 취미를 계속하는 <시간>에 투자한다고 생각해보면 의외로 다른 레져 스포츠에 비해서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결론 : 자전거는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스포츠 장비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자전거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만큼 비싸지 않고(다른 취미와 비교했을 때^^) 구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쁨과 매력이 무궁무진 하기 때문에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설명한 것입니다. 체력이 부족하여 체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면 체력을 키웠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자전거의 가격을 비교해보고, 자전거 여행을 목표로 한다면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자전거의 가격을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가치>자전거 가격] 이라는 부등식만 성립된다면 충분히 투자할만 하지 않을까요? 보통은 자전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여러가지이므로 가치를 자전거 가격 이상으로 키우는 것이 생각보다 쉽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시작하시려고 하시는 분들에게 비싼 자전거 가격은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걸림돌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생각만 조금 바꾸어도 그게 비싼 자전거를 구입해야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민보다는 먼저 자전거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시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이번 글에서는 약간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구입하는 요령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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