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유럽 자전거 여행기 43 (남부독일의 중심지 뮌헨에 도착하다)

by freewheel 2016. 10. 11.

<5월 5일(월) - 유럽 자전거여행 27일째>

 남부독일의 중심지 뮌헨에 도착하다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최대한 빨리 서둘러 짐을 챙겼다.

 시지 아저씨와 사만다 아주머니께서 출근을 하시기 때문이다.

 

짐은 다 챙기고 텐트를 걷고 있는데 시지 아저씨가 다가오시더니

출근해야 하신다면서 끝까지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시단다....ㅜㅜ

 

나도 이렇게 일찍 아저씨와 헤어질 줄 몰랐다....ㅜㅜ

 

7시 40분에 뮌헨으로 출근하시는 아저씨께 그저 고맙다는 말만 계속했다.

 아저씨 가족이 아니었으면 이틀밤을 어떻게 보냈을 지....

 

아저씨와 인사를 하고 텐트에 이슬을 말린다고 벤치에 널고 있으니

사만다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집으로 들어와서 씻으라신다.

그리고 뭐 먹고 싶은 것 없는지 물어보신다.

 

아주머니께 그냥 우유 한컵만 달라고

하고 세수를 했다.

 

우유 한컵을 먹고 나니 아주머니께서

갈 때 먹으라며 오렌지 3개, 사과 1개를

싸주시며 여행 마지막까지 잘 하라신다...

 

짧은 만남이라도 헤어지는 것은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

 

보이터 할머니와 헤어질 때처럼

헤어짐의 아픔이 크다...ㅜㅜ

 

아주머니께서 싸주신 사과와 오렌지~!!

간식으로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힘이 난다.

 

텐트를 말리느라 조금 늦어져 8시 50분에

출발을 하는데 사만다 아주머니는

벌써 출발을 하셨는지 집에 아무도 없다.

 

 

시지 아저씨네를 떠나는 길....

 

아저씨네 현관 식탁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

잔디 정원에서 아이들과 놀았던 기억...

아저씨와 튜브를 사러 돌아다녔던 기억...

텃밭을 가꾸었던 기억...

 

모든 추억들을 가슴에 간직한채

페달을 다시 밟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뮌헨에 최대한 일찍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모레까지 시내 구경을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대도시를 여행할 생각에 설레이기도 하고

아직 숙소를 못 구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출발하자마자 오르막길이 나오고

뒤를 돌아보니 시지 아저씨 집이 보이고(왼쪽에서 두번째 집)

내가 텐트를 쳤던 곳도 보인다.

 

 

 평소보다 아침에 서둘러서 그런지 시간 여유가 많아서 좋았다.

 날씨도 너무 좋아서 주변 경치를 마음껏 구경하면서 달렸다.

 

물론 커다란 언덕이 많은 많은 구릉지대라

 오르막도 많고 내리막도 많아서 뮌헨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뮌헨에 제때에 도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여유롭다.

 

 

 

1시가 조금 넘어서 최고의 전망을 가진

버스 정류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바라보던 풍경~!!

 

비록 좁은 버스 정류장에서 빵을 먹지만

내 마음은 저 앞에 펼쳐진 들판과 언덕들을

마음껏 날아다닌다.

 

아름다운 풍경에 더 맛있게 점심을

먹고 잠시 몸을 풀고 있는데....

  

 

정류장 한켠에 보이는 것은..... 아이스크림 콘~!!!!

비록 아이스크림은 없지만

버려둔 저 콘이 얼마나 맛있게 보이는지....ㅜㅜ

 

빵과는 다르게 바삭할 것 같고

아이스크림의 향으로 달콤할 것 같다.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혼자 무진장 고민했다....

너무 먹고 싶은데...... 자존심은 지키고 싶고...

.

.

.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냥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아마 내 생애 가장 맛있는

콘이 아니었을까?


예상대로 바삭바삭한 식감과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점심을 먹고 달리는 길은 언제나 힘이 넘치는데

맑은 하늘과 뻥뚫린 들판은 페달을 더 힘차게

밟게 만들었다~!!!

  

언덕을 한참만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알프스의 웅장한 모습이 지척에 있는 것 같다.

 하긴 뮌헨에서도 알프스가 보인다고 했으니...

  

지나온 길이 아무리 익숙하고 아름다워도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비록 두렵고 떨리지만 내가 가야할 곳을 향해 가야한다...!

 

저기 저 아래... 저기 어딘가에 뮌헨이

있을 것이고,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작은 마을을 지나자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 오르막 길이 나온다....

 이제는 이런 길도 익숙해져서 천천히 오른다.

  

한참을 달려 언덕을 다 오르자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거기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볼일(?)을 보고 사만다 아주머니께서

싸주신 오렌지 하나를 맛있게 까먹었다.

 

오렌지 하나에 힘이 솟고, 갈증이 싹 가신다...^^

 

 

끝을 알 수 없는 숲길을 따라 달리는데

길 옆으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헤엄을 친다.

 

  

숲길을 빠져 나오니 건물들이 많아지고

도로에 차들이 많이 다니는 것을 보니

뮌헨에 다다른 것 같았는데

표지판을 보니 아직 20km 정도 더 남았다.

 

그래도 1~2시간이면 뮌헨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참을 달리니 갈림길이 나와서 표지판을 보는데....

왼쪽으로 가도 뮌헨이고 오른쪽으로 가도 뮌헨인 것 같다...

 

지도를 아무리 봐도 어디를 가야할 지 모르겠다....ㅠㅠ

조금 거리가 멀지만 오른쪽으로 가기로 했는데...

 

 

다행히 뮌헨 시(市)에 무사히 도착했다~!!!!

 

뮌헨 시내 지도가 없어서 무작정

시내 방향으로 가다가 전철역에서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길을 여쭈어 보았더니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신다.

  

 

시내까지 거리는 멀었지만 아주머니

덕분에 뮌헨 중앙역을 잘 찾아왔다.

 

퓌센에서 만나 노이슈반슈타인성 표를 빨리

끊을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인 관광객이 중앙역

근처에 유스호스텔이 있다고 했기 때문에

근처에 가서 사람들에 물어보기로 했다.

 

 

드디어 오늘의 숙소에 도착~!!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한국인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는데...

 

빈방이 없단다.......ㅜㅜ

 

옆에 있는 몇개의 다른 유스호스텔도

 

빈방이 없단다........ㅜ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그저 왔다갔다 하기만 했다...

나처럼 숙소를 찾는 것 같은 동양인이 보여

다가가서 말을 걸었더니 한국인이었다.

숙소를 못구하겠다고 했더니 자기도

유스호스텔을 못구하고 어떻게 할 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대로 야간 열차로 다른 도시로 갈 것인지...

비싸더라도 호텔에 머물지 고민이라고...

 

공중 전화를 찾아서 시지 아저씨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독일어 안내만 나오고 연결이 안된다...

  

 

안되면 역 안에서 노숙이라도 할 요량으로

역 안으로 들어갔는데 '관광안내소'가 눈에 띄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근처에 캠핑장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여기서 7km 정도 떨어진 곳에 캠핑장이 있는데

그곳이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했다.

 

거기도 뮌헨 시내이고 전철을 이용해서

시내로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아저씨께 캠핑장 지도를 받아 캠핑장을 찾아 나섰다.

 

캠핑장은 자리가 있기를 기도하면서....

  

 

캠핑장을 찾아 뮌헨 시내를 헤맸지만

그래도 시내 곳곳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캠핑장의 대략적인 위치만 알고 있어 걱정이 됐지만

뮌헨을 남북으로 흐르는 강을 따라

남쪽으로 계속 가면 있다는 얘기에

강변 도로를 따라 열심히 달렸다.

 

유유히 흐르는 강과 포장되지는 않았지만 나무로 둘러 쌓인

운치가 있는 강변도로를 따라 달리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거기서 좀 더 가니 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장을 무사히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고,

생각보다 시내에서 가까워서 더 감사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카운터로 가서 자리가 있는지 물었더니

자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하룻밤에

7.7유로밖에 안한단다~!!!*^^*

 

'뮌헨 시내에 있는 캠핑장이라

비싸고 시설도 별로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는데 너무도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대~!!!만족이다~!!!

  

 

넓은 잔디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치고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텐트에서 인상 험하게 생긴

백인 친구가 인사를 건낸다...-_-;;;


인상도 험하고 오토바이, 그리고 가죽옷을 입은

모습에 엄청 겁먹고 있었는데 애써 태연한척

인사를 나누었는데 나이도 많이 어리고 순수한 친구였다~ㅋ


이름이 '바리(Barry)'고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있는

'아일 오브 만'이라는 나라에서 왔으며

오토바이로 혼자 유럽을 여행중이라고 한다.

 

나는 '김(Kim)'이라고 하며 한국에서

와서 자전거로 유럽을 여행 중이라고 했더니

연신 "Cool~!!!"이라며 외치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혼자 여행을 하는 같은 처지임을 알게되자

바리와 짧은 순간에 친구가 되었다.

 

바리에게 내가 밥이라는 것을 만들테니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니 너무 좋아한다.^^

 

캠핑장 카운터에 가서 근처에

슈퍼가 있는지 물어보니 바로 근처에

슈퍼가 있어서 먹을 거리를 좀 사오기로 했다.

  

예상보다 캠핑장 비용이 저렴해서

먹는 것을 실컷 제대로 먹기로 하고

슈퍼에서 처음으로 돼지고기를 사고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샀다.

  

친구와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과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도 행복하다...^^

 


슈퍼에서 먹을거리를 잔뜩사고

캠핑장에 돌아왔는데 왠 동양인 커플이

보여서 혹시나 하고 인사를 했더니 한국인 커플이었다.

 

한국인이라는 얘기에 너무 반가워

달려가서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었다.

 

 

결국 한국인 커플과 바리, 나 이렇게

4명이서 밥을 먹기로 했다.

 

내가 밥을 안치고 고기를 굽는동안 한국인 커플은

소세지를 가져오고 바리는 맥주를 몇병 가지고 왔다...^^

 

서로의 여행에 대해 얘기를 하다보니

해가 넘어가고 밤이 깊어진 줄도 몰랐다.

  

시간이 늦어서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각자의 텐트로 돌아갔다.

  

비록 기대했던 유스호스텔은 아니지만

조용하고 아름다운 캠핑장에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더군다나 한국말로 마음껏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 오늘 달린 거리 : 107.9km (누적 달린 거리 : 1728.5km)

★ 오늘 지출액 : 9.71유로 (누적 지출액 : 561.59유로 + 244.8 스위스프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