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입구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가득하다.
입구에서 아까전 표를 살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한국인 여행객을 만나서 같이 들어갔다.
입장시간 16:15, 입장번호 499번이었는데
지하철 개찰구처럼 된 곳을 지나가며 들어가니 가이드가 투어인원을 확인한다.
성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단다...ㅜㅜ
가이드의 영어 안내에 따라 투어를 하는데 설명에 신경을 쓰다보면 구경을 못하고
성 안을 세심히 보는 것에 신경을 쓰면 설명을 들을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그래도 성 내부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성 안에서 잠시 왕이 되어보기도 하고,
기사가 되어보기도 한다...^^
커다란 홀에서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듣기 위해
설계했다고 설명하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성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창문 밖으로 마리엔 다리를 향해서 사진을 찍었다.
조금 전 저 다리 위에서 성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저기 다리 위에 서있는 많은 사람들도
내가 있는 성을 바라보며 감동하고 있겠지?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감동의 기운은 느낄 수 있었다.
성을 그냥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
성의 내부를 둘러보며 설명을 들은 후 바라보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안에서 보았던
성 내부의 모습, 역사, 아름다움, 감동이 동시에 보인다.
고마운 한국인 여행객에게 마리엔 다리에
꼭 가보라고 얘기하고 서로 헤어졌다.
뮌헨에 가면 유스호스텔로 찾아가기로 했는데
헤어지고 난 후 생각해보니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ㅜㅜ
감동의 기운이 산을 내려가는 길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자꾸 뒤돌아보며 산을 내려간다.
돌아볼 때마다 성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성까지 오르내리는 길은 잘 포장이 되어 있어서
산책하듯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어서 좋다.
조금씩 잎이 나오는 나무들을 보며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매일 밖에서 자다보니
온 몸으로 봄이 왔음을 느끼고 있지만...^^
노이슈반슈타인 성아 잘 있거라~!!
매표소에 묶어둔 자전거가 무사할까?
걱정(?)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거의 다 내려왔다...^^
조그맣게 보이는 성을 보니 오래된 친구와
헤어지는 것 같은 아쉬움이 찾아든다.
아마 평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언젠가 다시 찾아오기로 다짐한다.
매표소 근처에 오니 호엔슈방가우 성이 바로 앞에 보인다.
이제와서 가보지 않았음을 후회해본다....ㅜㅜ
내 자전거는 무사하구나~!!!^^*
텅빈 매표소에 홀로 남아서 주인을 기다리는 자전거...^^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는 자전거를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오늘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너와 함께라면 문제 없어~~!!
오후 늦은 시간이지만 뮌헨 방향으로 최대한 가보기로 했다.
지도에 7시 쯤 도착할 것 같은 지역을 지도로 살펴보니
캠핑장이 없어서 잠을 어디서 자야할 지 고민이지만
일단 출발하고 보기로 했다.
뮌헨을 향해 가는 길에 자꾸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돌아보게 된다.
내 머리속에 그리고 가슴속 깊이 담기 위해...
남부 독일을 잊을 수 없는 것은
눈 덮힌 산과 울창한 나무, 그리고
푸른 초지가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달리다 잠시 쉬려고 멈추어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산악지역에서 꽤 멀리까지 와있음을 깨닫는다.
북쪽으로 갈 수록 길은 평탄해지고
끝없는 목초지를 달리는 것이 편해지지만 배는 고파오고,
오늘 밤, 어디서 보내야할 지 걱정이 앞선다.
거기다 어느순간부터 왼쪽 페달을
밟을 때마다 '딸그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딘가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라서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것이 아니다...ㅜㅜ
그러다보니 자꾸 오른발에만 힘을
주게되어 오른다리가 아파온다...
잠잘 곳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보던 중
정원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드시고 계신 아저씨가 계셔서
아저씨께 사정을 설명드리고 도움을 좀 받기로 했다.
'아저씨, 제가 자전거 여행 중인데... 오늘밤 잠잘 곳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아저씨네 울타리 바깥에 있는 풀밭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도 될까요....?' 라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물론~!!' 이라고 시원하게 대답하신다...^^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더니 울타리 밖에 텐트 치지 말고
울타리 안에 있는 아저씨네 정원에 텐트를 치라고 하신다...
'아.... 오늘도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나서
아무걱정 없이 잠을 잘 수가 있구나...'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딸과 열심히 창고를 만들고 계시는
'시지' 아저씨~!!
오늘 퓌센에 있는 슈퍼에서 산 먹거리들~!
점심용 빵, 콩 통조림, 요구르트, 그리고 스파게티용 토마토 소스
저녁으로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기로 하고
물을 끓이는 동안 잠시 아저씨네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저씨 가족은 '시지'아저씨 내외분과 '슈테판'이라는 아들,
'사라'라는 딸. 이렇게 4명이서 알콩달콩 살고 계셨다.
개구쟁이 슈테판과 금발의 미녀 사라는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다가와서 집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었다.
스파게티와 베이컨, 콩 통조림으로
식사를 마치고 났더니
아저씨께서 부르셔서 집앞에 있는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뮌헨에서 IT기업 프로젝트 매니저인 '시지'아저씨,
요가 강사인 '사만다' 아주머니와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여행 전 무슨 일을 했는지...
왜 유럽을 자전거로 여행하는지...
독일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지...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등등
공군에 복무하다 2월말에 전역하고 여행 중이다고 했더니
'사만다' 아주머니도 미군에 근무하셨다며 반가워 하셨다~~!!*^^*
독일에 있는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는 동안
'시지'아저씨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전역을 하셨다고...^^
어쩐지 아주머니께서 영어를 잘하더라~~
아주머니 덕분에 온 가족이 영어를 잘한단다...ㅋㅋ
사라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지구본에서 한국을 찾아서 보여준다.(기특한 것~!)
그리고는 버튼을 누르니 지구본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온다...ㅜㅜ
아... 독일의 이름모를 마을에서 애국가를 듣게 되다니...
애국가를 듣고 좋아하니 사라도 시지 아저씨도 덩달아 좋아하신다.
아저씨,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밤이 깊었다.
아쉽지만 내일 뮌헨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아저씨네 가족에게 인사를 하고 텐트로 돌아왔다.
사람이 그립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도 금방 정이 드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여는 것 만큼 상대도 마음을 연다는 것도 느껴진다...
든든한 잠자리가 주어졌음에 감사를 드리며 잠자리에 들었다.
☆ 오늘 달린 거리 : 49.6km(누적 달린 거리 : 1620.6km)
★ 오늘 지출액 : 16.0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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