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금) - 유럽 자전거여행 24일째>
퓌센에 도착
오늘도 역시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감고 가만히 새소리를 듣고 있으면
좋은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마음이 평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보이터 할머니께서
챙겨주신 초코바를 먹었다...^^
오늘은 로맨틱 가도의 끝자락을 달려서
'퓌센'까지 가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내일 오전에 그 유명한 노이슈반스타인성을
보고 오후에 뮌헨을 향해 가기로 했다.
노이슈반스타인성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 아름다워서 꼭 가보기로 마음먹었는데
내일 드디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이기 시작했다....^^
캠핑장을 출발해서 강을 따라 있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달리는데
인공적인 구조물이 없는 순수한 강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숲속을 달리면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고,
고개를 돌려 왼쪽을 바라보면 강물이
조용히 흐르고 있어 더욱 운치가 있는 길이었다.
처음으로 찾은 로맨틱 가도 표지판~!!^^
일본어로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는 것이 신기했다.
날씨가 점점 흐려지고 바람까지 정풍으로
불어서 그런지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길도 약한 오르막으로 되어 있어서
더 힘들었다....ㅠㅠ
멀리서 비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힘들어 지쳐갈 때 쯤
눈 앞에 수만 송이의 민들레가 만개한
들판이 나타났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는 표현은 이럴 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민들레가
가득한 곳이었다...^^
민들레 꽃밭에서 드러누워 보기도 하고,
혼자서 꽃밭에서 미친듯이 뛰어다니기도 했다...ㅋ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민들레 꽃밭을 지나서 달리는데
자전거 도로가 끊어져 있다....ㅜㅜ
국도를 따라 가기에는 위험해서 어쩔 수 없이
지도를 확인하고 옆으로 잠깐 돌아서
숲을 통과하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길로 접어들어서
조금 긴장되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날씨가 다시 맑아지고
따뜻해지기 시작해서 너무 좋다.
시골길 처럼 좁은 길을 달리는데
말을 타고 달리는 가족을 만났다...^^
말을 타고 달리는 가족들이 너무 부러워서
천천히 뒤따라 가면서 한참을 구경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가족들과 함께
말을 타고 산책하기로 다짐하면서...^^
갈림길에서 말을 타는 가족들과
갈라지고 났더니 깊은 숲이 나타났다.
나무들이 빽빽한 숲길은 생각보다
어두워서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독일의 숲은 나무가 많고 어둡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길이 하나로
계속 이어져 있어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숲을 빠져 나오자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나와서 구경하면서 달리다보니
배가 점점 고파진다.
어디 앉아서 밥 먹을 만한 곳이 없는지
살피고 있는데 작은 호수가 나타났다.
마침 벤치가 있어서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뜻하지 않게 만난 호수라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조용한 호숫가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니 더 맛있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좀 많이 추웠다...ㅜㅜ
보이터 할머니께서 주신 마지막
초코바를 먹으니 할머니가
그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출발하는데 달리는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번 여행 중 내게 가장 아름다웠던 길...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멈춰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었다.
검은 숲으로 좌우가 막혀있지만
그 끝은 열려있고 그 너머가 어떨지 궁금하게
만드는 길이었다.
나보고 어서 와보라고 하는 것 같다.
잠시 멈춰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 길의 끝을 돌아나가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구름과 산, 꽃들이 너무 아름다워
더이상 달리기를 멈추고
이대로 여기에 머물고 싶었다.
조금 더 달리니 큰 마을이 나오고
슈퍼가 보여서 오늘 저녁 반찬거리를
사기로 했다. 어제는 노동절 휴일이라
먹을거리를 못샀는데 오늘은 제대로
먹기로 하고 이것저것 골랐다...^^
가면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풍경에 너무 감동이다.
파스텔 색깔의 호수를 지나니
호수가에 캠핑장이 있어서 오늘의 목적지인
퓌센까지는 조금 더 남았지만 여기서
오늘 밤을 머물기로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하루밤을 잘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설레였다...^^
캠핑장에 짐을 풀고 났더니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이라서 근처 호수를 산책하기로 했다.
호수를 산책하다보니 저 멀리 산 중간에
노이슈반스타인 성이 희미하게 보인다~!!!^^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우측으로 호엔슈방가우 성도 보인다...^^
내일이 더욱 기대된다...^^
산책을 끝내고 저녁을 하려고 오늘 장본 것을
풀었는데 고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ㅋ
고기가(특히 삼겹살..^^) 너무 먹고 싶어서 두꺼운
베이컨을 대신 샀는데 완전 기대된다~~!
삼겹살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다보니 밥을 거의 다하고 나서....
실수로 코펠을 넘어뜨렸다.....ㅜㅜ
아~~ 내 밥~~~!!!ㅠㅠ
어제 미역국을 흘렸을 때보다 1000배는
더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최대한 주워서 먹기로 했다....-_-;;
비록 풀에 흘린 밥이었지만
내게는 너무 맛있고 소중한 밥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두꺼운 베이컨을 구울 차례
베이컨을 구웠더니 제법 삼겹살같다...^^
베이컨이다보니 조금 짰지만 아니
많이 짰지만 미역국, 샐러드하고 같이 먹으니
너무 맛있고 기운이 펄펄 솟는 것 같다~
이래서 고기가 그렇게 먹고 싶었나보다...^^
베이컨 기름까지도 모조리 긁어서 먹었다...ㅎ
저녁을 먹고나니 깜깜해졌다.
좀 전에 산책하던 곳으로 다시 가보기로 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야경을
멀리서 보는 것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오늘의 아름다웠던 풍경들이 머리속에서 맴돌고,
내일에 대한 기대감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아름다운 풍경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느껴볼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고,
힘든 것도 잊은채 마냥 즐거웠다.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온 사방에 민들레, 들꽃이 만발해있던 그 아름다운 풍경은
아마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 같다.
☆ 오늘 달린 거리 : 70.4km (누적거리 : 1571km)
★ 오늘 지출액 : 18.5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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