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수) - 여행 22일째>
Augsburg 도착
캠핑장이 산 위에 있어서 그런지
새벽에 추워서 고생을 좀 했다...ㅜㅜ
이제 4월의 마지막 날인데
제발 5월부터는 좀 따뜻하면 좋겠다...
오늘 아침 반찬은 계란 후라이~!
식용유가 없어서 그냥 구웠더니
바로 눌러붙는다...ㅜㅜ
그래도 맛있는 계란 후라이가 되었다~
밥은 물을 넣고 끓이다가 계란을
풀어넣고 소금으로 간을 했다.
계란 하나 넣었을 뿐인데
배가 든든하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반찬이 없을 때
계란 국밥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 때 그 맛이 나서 더 맛있게
느껴진 것 같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담긴
밥이 그리워진다.
아침을 먹고 짐을 챙기면서
마음 속에서 악마와 천사가 치열하게
싸움을 한다....ㅜㅜ
캠핑장 사무실 문을 열기 전에 도망가면
캠핑장 이용료를 아낄 수 있으니
그냥 빨리 출발하자는 마음과
그래도 어제 편하게 잠을 잤으니
양심을 지켜서 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마음 사이의 싸움이었다.
캠핑장 이용료를 아끼면
이틀 정도의 밥값을 아낄 수 있었으니
여행을 하면 할수록 캠핑장 이용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ㅜㅜ
아침 내내 고민하다 결국 양심을
지키기로 했다.
짐을 다 챙기고 조금 기다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들어가서
계산을 했더니 5유로라고 하신다.
7,500원에 양심을 버릴 뻔 했다...^^
깔끔한 시설과 온수를 마음껏
쓸 수 있었는데도 5유로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었다.
더군다나 주인 아저씨께서 친절하셔서
아저씨 얼굴을 볼 때마다
부끄럽고 미안했다...ㅠㅠ
오늘은 Augsburg까지 가는 것이 목표다.
캠핑장 아저씨의 도움으로 Augsburg 근처에 있는
캠핑장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어제 힘들게 산을 올라왔던 보상을
출발하자마자 받을 수 있었다.
완만한 경사로 내리막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골도로에도 양옆에
별도로 포장된 자전거도로를 달리면
편하기도 하지만 부럽기도 하다.
길 왼편에 있는 커다란 풍차들을
보니 대관령이 생각나서 무척 반가웠다.
이런 직선으로 된 내리막길을
한참을 내려왔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맘껏 달릴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언제 커브가 나올 지 알수가 없어서
오히려 더 불안했다.
다시 한참을 내려오니 보이기 시작하는
마을들...'이제야 끝인가?' 했는데
마을 입구까지 가서야 커브가 나왔다.
커브 없는 내리막길도 불안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길이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길이 좀 복잡해서
표지판이 나올 때마다
지도를 확인하면서 가야했는데
표지판과 지도를 보며 서있으니
할아버지 한분이 말을 거셨다.
'도와줄까?'
굳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먼저 다가와서 도와주시려는데
거절할 수 없어서 그냥
'예, 도와주세요~!' 했는데
갑자기 따라오라고 하신다.
지도가 자전거 여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할아버지 댁에 자전거용 지도가 있으니
가자고 하셨다.
앞서 나가시는 할아버지를 따라가는데
어찌나 빨리 달리시는지....ㅜㅜ
다시는 독일사람이 자전거로 따라오라면
안 따라가기로 마음 먹었다!!!
헐떡이며 따라가는 나를 돌아보시더니
속도를 좀 늦추신다. 휴~
겨우 따라가자 웃으시면서
자기 자전거는 모터가 연결되어 있어서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빨리 달릴 수 있단다...
(어쩐지~~~ㅋ 내 체력이 부족한게 아니었구나~)
그렇게 도착한 할아버지 댁
할아버지 댁에 들어갔더니 꽤 넓은 집이었고
곳곳에 책이 가득했다.
알고보니 은퇴하신 교수님이신 것 같았다.
교수님께서 자전거용 지도와 주변지역
소개 팜플렛, 로맨틱 가도 지도 등을 챙기시는동안
음료수와 과일도 주셨다.
이렇게까지 챙겨주시는데
나는 고맙다는 인사밖에 할 수 없었다...
교수님의 도움으로 Haidenheim 시내와
복잡한 도로들을 무사히 빠져나오니
배가 고파 잠시 쉬면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빵을 먹었다.
디저트로 교수님께서 주신
사과와 배를 먹으니 속이 개운하다~!!^^
점심을 먹고 1차 목적지인 Lauingen으로
가는 길 주변은 밀밭, 호프밭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멀리 원자력 발전소도 보이고~
평지를 한참을 달리니 작은 도시가 나왔는데
거기서 자전거로 여행을 하시는
할아버지들을 만났다...^^
근처 동네 친구분들인 것 같았는데
즐겁게 얘기하면서 달리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사실 너무 부러웠다....ㅠㅠ)
아무생각없이 달리다가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서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나 그곳에는 맥도날드가 있다...ㅋㅋ
햄버거가 너무 먹고 싶지만
해먹는 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지나가야 했다.
Lauingen에 도착하기전에 만난
유채밭에 유채가 만발했다~!!
프랑스에서는 아직 유채가 자라고 있었는데
어느새 꽃이 피기 시작했구나...
아직 쌀쌀한 날씨에 봄이 안올 것만 같았는데
봄이 왔음을 꽃들은 벌써 알고있었다.
Lauingen 시내는 작고 조용했지만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아서
마치 중세시대의 거리를 지나는 것 같았다.
Lauingen 시내를 빠져나가면서
도나우 강을 다시 만났다...^^
Augsburg까지 46km 남았다.
지금시간이 4:35이니까
7시쯤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목적지를 향해
좀더 힘을 내보기로 했다.
저기 언덕 너머 Augsburg가 있겠지?
기대를 해보지만 어림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ㅠㅠ
헉~!!!
뒷바퀴에 바람이 좀 빠진 것 같아
바람을 넣을려고 핀을 푸는데 핀이
부러져버렸다...ㅠㅠ
다행히 바람은 새지 않아서
바람을 좀 더 넣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와도 마을 광장에서는
축제로 떠들썩하다.
내일이 독일의 노동절이라는 공휴일이라고
하던데 그것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비가 조금 그치는 것 같더니
유채밭 너머로 비가 몰려오는 것이 보인다...ㅠㅠ
비는 점점 심해지고 길을 헷갈려서
잠시 어느집 처마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아저씨께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보셨다.
Augsburg로 가는 길인데 길을 모르겠다고
했더니 차를 타시면서 따라오라고 하셨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겨우 따라가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아저씨가 더 이상 알려주기 싫었는지
손으로 방향을 알려주면서 'This way~!!!'라고
하시더니 훽~ 돌아가 버리셨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바람은 강하게 부는데
길 한가운데 남겨진 기분이 참 묘했다.
다행히 근처에 공장같은 건물이 있어서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는데 직원이 내 행색을 보더니
잠시 들어와서 비를 피하라고 했다...어찌나 고마웠는지...
아저씨께 여기서 잠을 자도 되겠는지 물어봤는데
자기는 사장이 아니고 내일은 휴일이라 어렵다며
대신 퇴근할 때 차로 Augsburg시내에 있는
유스호스텔이나 캠핑장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셨다...^^
잠시 뒤 아저씨가 퇴근하시면서 자기 차로
Augsburg까지 태워주시겠다며 차를 가져오셨다.
얼른 짐을 풀고 자전거를 분해해서
차에 싣고 빗속을 헤치며 Augsburg로 달렸다.
아저씨의 도움으로 Augsburg 근처 캠핑장에
무사히 도착을 했더니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마다 조건없이
도움을 주시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는 적극적인 마음,
타인에 대한 배려, 포용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까지 남을 위한다고 했던 행동들이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비는 그쳤지만 캠핑장도 물이 흥건하여
마땅히 텐트 칠 곳이 없어 그냥
질퍽한 곳이지만 텐트를 쳤다.
샤워부터 하고 밥을 간단히 먹고
따듯한 침낭속에 들어가 있으니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그리고 여기 캠핑장엔 사람들이 조금있어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니
사람 냄새가 나서 더 좋았다.
내일은 오늘 보다는 조금 여유롭게 달려야겠다.
☆ 오늘 달린 거리 : 100.6km (누적거리 : 1438.4km)
★ 오늘 지출액 : 19.9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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