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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리뷰)

깃털 도둑(The Feather Thief) 커크 월리스 존슨

by freewheel 2020. 9. 16.

깃털 도둑(The Feather Thief)

<커크 월리스 존슨>

 어떤 책인지 잘 모르고 그냥 책표지가 화려하고 예뻐서 뭔가 매력적인 도둑의 이야기일 것 같아 구입한 책이다. 돈이나 값비싼 보물을 훔친 것이 아니라 새의 깃털을 훔쳤다니 이건 뭐 '서프라이즈'나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 사건의 배경에 어떤 재밌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궁금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였다.

2009년 영국자연사박물관(식물이나 동물들의 화석, 표본, 박제 등을 전시한 박물관)에 보관 중인 희귀새들의 표본들이 한꺼번에 299점이나 분실되었는데 범인을 1년이 지나서야 겨우 붙잡았는데 붙잡고 보니 19살에 불과한 플룻 연주자였다. 그리고 도난당한 희귀새들의 표본은 일부만 회수하게 되고 나머지들은 인터넷을 통해 뿔뿔히 흩어지고 난 뒤였다. 도난 당한 새의 표본들은 150여년 전 다윈 시대에 수집되었던 표본들이거나 세계적인 보호종이면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새들이라 학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아주 소중한 표본들이었다.(표본에는 표본을 확보하게 된 시기, 장소와 개체에 대한 정보가 모두 담긴 태그가 달려 있어서 생물 연구에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19살 소년이 이 표본들을 훔친 이유가 플라이 낚시(Fly Fishing)에 쓰이는 가짜 미끼를 만들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고가에 판매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을 저자는 5년이라는 시간을 파고들어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찾아내게 된다.

Jock Scott(왼쪽)과 the Durham Ranger(오른쪽)라는 이름의 플라이 낚시 타잉

플라이 낚시라고 하면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브래드 피트가 가족들과 멋지게 송어를 잡는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고 보통은 파리나 나비와 비슷하게 생긴 여러 가짜 미끼들을 통이나 모자에 꽂고 다니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그 가짜미끼를 타잉이라고 부르는 것과 이것을 만들고 수집하는데만 전념하는 매니아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플라이 낚시를 직접 하는 것과 무관하게 이 가짜미끼를 천연재료를 사용해서 얼마나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는 것에만 신경쓰는 사람들이었다.(이 사람들은 '타이어'라고 불린다.) 인조털에 도색을 한 제품들도 있지만 이 사람들은 이것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천연색상을 가진 새들의 깃털을 재료로 만든 것에만 의미를 두었다. 그러다 보니 화려한 색상을 가진 새들의 깃털이 필요한데 대부분 이런 색의 깃털을 가진 새들은 국제적인 보호종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거나 불법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19살의 소년은 자연사 박물관의 보관소를 목표로 삼은 것이었다.

박물관에 보관중인 Scarlet Minivets 표본

결국 희귀 새들의 깃털이 인터넷으로 거래되는 것을 추척한 경찰에 의해 이 소년은 잡히긴 했지만 박물관에서 훔친 새들의 표본에서 화려한 깃털들을 뜯어내어 인터넷으로 고가에 판매를 한 이후였고 태그는 분실되거나 표본에서 떼어버린 상태였다. 다행히 표본을 전부 판매한 것은 아니어서 판매를 못하고 남은 새들을 찾아서 회수할 수 있었고 도난품임을 알게 된 몇몇 양심에 가책을 느낀 구매자들이 반환을 한 것을 합하여 299점 중에서 193점은 회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소년은 아스퍼거 증후군 판정을 받아서 가벼운 집행유예를 선거받아 금방 풀려난 것으로 처벌은 끝이었다고 한다. 그가 붙잡히기 전 깃털을 판매해서 벌어들인 돈이 무려 12만 5천 파운드(현재 환율로 약 1억 9천만원)라고 한다. 

 

작가는 이 사건을 통해 단순히 플라이 낚시 타잉을 좋아하는 매니아들만 문제를 삼은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욕심으로 희생되었던 그리고 지금도 희생되고 있는 새들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들려준다. 인간의 탐험 기술이 발달하여 서양의 탐험가와 과학자들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태평양 적도의 열대 우림에 접근을 하게 되었고 이 때 아름답고 화려한 새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 새들의 표본을 서양세계에 소개하게 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화려한 색상과 생김새로 전설속의 새들이 현실에 존재하는 듯한 환상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그 후 이 새들이 여성들의 장식품으로 전락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이로 인해 엄청난 수의 새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모자 하나에 새 한마리가 그대로 장식된 19세기 모자

알이나 고기를 위해서가 아닌 인간의 장식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새들이 희생되었고 이제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비록 지금은 모자나 옷에 새의 깃털을 장식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지만 플라이 낚시 가짜미끼 때문에 밀렵되는 새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고 한다.

 

 그 동안 밀렵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뉴스를 보면 코끼리의 상아, 코뿔소의 뿔, 악어가죽, 상어 지느러미와 같은 것은 많이 다루고 있어서 이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이 많으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고 대중들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상태이지만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새들이 단지 깃털 때문에 희생되고 있는지 전혀 몰랐었다.

화려한 색상의 깃털을 가져 타이어들에게 희생되고 있는 새들
인터넷으로 타이어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깃털들

우리 인간의 욕심은 과연 어디까지가 끝일까? 사용하지도 않을 가짜 미끼를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생명체를 희생시킬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가벼운 추리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은 책이 생각보다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