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리뷰)

[아몬드] 우울한 표지 이미지와는 다르게 따뜻했던 책

by freewheel 2020. 11. 12.

몇년 전부터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항상 첫 페이지에 머무르고 있는 책이었는데 제목이 조금 유치하고 표지에 있는 아이의 표정이 너무 무표정해서 왠지 우울하거나 잔혹한 내용의 책일 것 같아서 구입하지 않았던 책이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인데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변함없이 순위를 유지하고 있어서 도대체 얼마나 좋은 책이기에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지 궁금해서 결국 주문하고 말았다. 줄거리를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줄거리를 전부 얘기할 수는 없어서 아쉽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참 괜찮은 책을 만난 것 같다.

 

선천적으로 편도체에 이상이 있어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 선윤재가 주인공인데 편도체가 아몬드라고 불리는데 그래서 제목이 아몬드인 듯 했다.

 

아이가 태어난 과정에서도 사연이 있어서 아버지 없이 어머니, 외할머니와 살아가는 윤재는 태어났을 때부터 남들과 달랐다. 웃지도 않고 무서워 하지도 않는 감정이 없는 아이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무서워서라도 아이를 강하게 키우거나 미워했을 것 같지만 윤재의 어머니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가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준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말에 가장 무난한 대답들을 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뭔가를 자랑하는 친구에게는 '좋겠다' 라고 하거나 친구가 고마움을 표현할 때는 '이 정도 가지고 뭘' 이라고 대답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고 윤재는 어머니의 도움 없이 혼자 살아가야하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 때부터 윤재가 잘 살아갈 수 있을 지 걱정이 되고 윤재가 '사이코 패스 같은 존재로 성장하는 것 아닐까?' 라는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면서 불행한 스토리가 전개될 것 같아서 조심조심 읽어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윤재는 걱정과 다르게 잘 살아가게 되는데 어머니가 운영하던 중고책방 2층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심박사의 존재는 아버지처럼 따뜻했고, 전학생이자 문제 학생 곤이 와의 만남은 위기이기도 했지만 성장하는 계기도 되었고, 도라라는 여학생과의 만남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이 책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사람들의 겉을 먼저 보기 때문에 그 상처를 잘 알지는 못한다. 외할머니, 어머니, 빵집 사장님, 윤박사님, 곤이, 도라까지 모두 윤재를 만나고 윤재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윤재도 성장하게 되지만 자기들도 상처를 치유받게 된다.

 

표지와 다르게 우울하거나 잔혹한 내용이 아니어서 좋았고, 해피 엔딩으로 끝난 결말도 좋았지만 도라를 통해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은 뭔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느껴지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도라가 까르르 웃을 때, 수백 개의 작은 얼음 조각이 바닥에 흩어지는 것 같았다. 도라가 내 쪽으로 얼굴을 돌렸을 때 종일 가시가 박힌 것처럼 가슴이 따가웠다. 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 감정들이었다."

 

디지털과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감정이 메말랐다는 요즘 시대에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된 것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