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언덕이 보이고 오르막 길이 보였다.
이제 막 올라가려고 하는데 위에서 내려오는
트럭이 나를 보더니 갑자기 크락숑(?)을 마구 울리기 시작했다...
"빵~!!! 빵~~~!!!"
깜짝 놀라서 운전자를 쳐다보니
나를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땅으로 가리키면서 야유를 퍼붓는다...
그냥 놀리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너 이제 죽었다~!ㅋㅋ'라는 의미임을 잠시 후 알게된다....ㅜㅜ
오르막 길이 눈 앞에 보였지만 직선이었고
끝이 저만치 보이는 것 같아서
꼭대기에 올라가면 쉬어야지~ 하면서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가도가도 끝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ㅜㅜ
짐을 가득 싣고 오르막을 쉬지 않고 오르니 정말 힘들었다....
겨우 꼭대기에 도착했다고 생각하고 뒤돌아 봤더니
저~ 멀리 오르막의 시작점이 보인다....ㅜㅜ
이제는 내리막이겠지~ 하고 다시 출발했는데
지금까지 올라온 만큼 더 올라가야만 했다.....ㅜㅜ
직선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높은 산이라면 쉬엄쉬엄 가겠는데 이건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언덕은 아닌 것 같은데 산이라고 하기도 뭣하고...
겨우 꼭대기에 올라오니 얼마 안 가 내리막 길이다.
마침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이 보였다.
나처럼 자전거 여행객인지 짐을 싣고 올라오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인사하면서 힘내라고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급경사도 아니고 적당한 경사에 차도 별로 없어서
브레이크도 밟지않고 바람을 맞으면서 내달렸다.
한참을 내려가니 포도밭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아직 추워서 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그 때 발견한 표지판~!!
부르고뉴, 본??
아~ 여기가 그 유명한 부르고뉴 지방이구나~~!!!
그러면서 좌우를 살펴보니 방금 넘어온 산이 남북으로 끝없이 이어져있고,
산의 동쪽 사면 역시 끝없이 이어져있는데
동쪽 사면이 전부 포도밭이었다~~~~
이렇게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포도밭은 내 생전에 처음봤다....^^
괜히 와인 전문가가 된 것처럼 잠시 멈춰서
흙을 쳐다보고 흙내음도 맡아본다...ㅋㅋ
이제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된 와인을 볼 때마다
여기가 생각날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 지역에 유명한 와인공장이 많단다...
진작 알았으면 구경하고 가는건데...^^
예정에 없던 산을 하나 넘었더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ㅜㅜ
Beaune 시내에 캠핑장이 있고, 거기다 까르푸까지 있어서
여기서 자려고 하다가 그렇게 하다가 스위스로 넘어가는
시간이 늦춰질 것 같아서 힘 닿는데까지 더 가보기로 했다.
Beaune 시내를 빠져나오니 완전한 평지가 나왔다.
그런데 체력이 떨어지고 배가 고프니
평지를 달리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오늘의 목적지였던 '수레'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그래도
길 옆에 캠핑장이 보여서 여기서 짐을 풀고 자기로 했다.
캠핑장으로 들어왔더니 시설이 생각보다 열악했다...ㅜㅜ
그래도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체크인을 했는데 하루밤에 3.5유로 밖에 안했다~!!
와~~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여행기간 가장 싼 캠핑장이었다...^^)
오늘 아낀 캠핑장 비용으로 내일 맛있는 것을 사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졌다...ㅋㅋ
캠핑장 끝에 텐트를 치기로 하고 봤더니
오늘 넘어왔던 산이 저~~ 멀리 보였다....^^
이렇게 탁트인 곳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도착 후 제일먼저 했던 것은 역시 오늘밤을 보낼
집을 짓는 것이었다...^^
어제밤에 서리에 약간 젖어있던 텐트가 완전히 말라 뽀송뽀송해져
너무 행복했다~!!!ㅋㅋ
이제 밥부터 챙겨먹고 주변을 좀 구경해봐야겠다...^^
이 넓은 캠핑장에 3가족 정도만 보였다...ㅠㅠ
그래도 다행히 바로 옆에 가족들이 있어서 사람소리가 들리니까
외로움이 조금은 덜 했다. 거기가 귀여운 강아지도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시끌시끌하던 가족들을 보며
얼마나 부럽던지...ㅠㅠ
내가 텐트 친 반대쪽으로 텅빈 캠핑장...^^
텅비었지만 그래도 민들레와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있어서
너무 예뻤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고 돌아오니
넓은 들판으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넓은 땅에서 해가 지는 모습은 처음이라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텐트로 돌아와 하늘을 보니 동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여러대 보인다.
'아~~ 저쪽으로 날아가면 한국일텐데...'
넓을 들판에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움이 사무친다....
땅끝으로 조금씩 사라지는 태양...
이렇게 보니 마치 아프리카에 온 것 같다...^^
태양이 있는 작은 언덕처럼 보이는 곳이 온통 포도밭이었던 곳이다.
이렇게 사라지는 태양을 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태양의 이글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완전히 사라져도 한참을 계속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태양이 사라지고 나니 어둠이 밀려왔다.(사진에선 밝게 나왔지만...)
외로움도 밀려왔다.
그렇지만 태양의 뜨거움이 가슴속에 넘쳐나고 있었다...
그렇게 홀로 텐트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고 잠들기 전 소화를 위해 요구르트를 먹었다.
제일 싼 요구르트를 사다보니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너무 맛이 없어 고추장이라도 넣어서 먹자고 넣었는데...
맛이.....ㅠㅠ
그래도 소화를 위해 끝까지 싹싹 먹었다... 나름 먹을만 했다...ㅠㅠ
그리고 다시는 고추장을 넣어 먹지 않았다...^^
☆ 오늘 달린 거리(누적거리) : 82.4km(430.1km)
★ 오늘 지출액 : 6.89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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