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수) - 유럽 자전거여행 15일째>
루체른 - 취리히 - Frauenfeld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도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조지가 오늘 아침에 일찍 일이 있어서 나간다고 했는데
일어나보니 벌써 나가고 없다.
2일동안 친해져서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일어나 씻고 일단 짐을 챙기고
아침을 먹기로 했는데
짐을 챙기려고 봤더니 조지가 메모를 남겨놨다.
영어를 참 잘하는 친구였는데... 철자는 잘 모르는 것 같다..ㅋㅋ
그래도 뜻은 전달됐으니~
그래 조지~!! 세상은 좁으니 다음에 꼭 보자구~!!!
아침밥을 하고 있는데 어제 라면을 끓여주던
한국인 친구들도 아침을 한다고 주방으로 왔다.
이번에는 빵과 함께 각종 신선한
야채로 샐러드를 해먹는데... 너무 맛있게 보였다.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데
한국인 노부부가 오셨다.
아저씨께서 은퇴를 하시고 두분이서 세계를
여행 중이라고 하셨다.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서
호텔이 아닌 백패커스에 오셨단다.
그 분들의 여행 얘기를 듣다보니
비가 그칠려고 한다...^^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자전거에 짐을 실었다.
라면과 샐러드 등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격려를 해주었던 한국인 친구들~!!
왼쪽부터 황성희, 윤경아, 조성준!!
출발하려는 나를 배웅하러 나와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다같이~!
나의 아직 여행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걱정과 격려를 해주었다.
조성준 씨는 나의 영향으로 한국에
돌아가서 친구들과 전국일주 자전거 여행을 했다고 한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정이 깊이 들었던 것 같다.
남은 여행 즐겁게 잘 하라고 인사를
건네고 출발하는데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만남은 설레이고 즐겁지만 헤어짐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오늘의 목적지를 Frauenfeld로 정했다.
거리를 감안해서 독일 국경에
최대한 접근하는 것이 오늘의 목표였다.
낮에 다시 만난 카펠교
밤에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비가와서 그런지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루체른에서 유명한 건축물인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지만 그래도
뽀족한 첨탑이 기억에 남는다.
뒷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소리가 나서 보니까 브레이크 패드가
다 닳아서 금속끼리 긁히면서 나는 소리였다.
이틀 전 루체른으로 오는 길,
비오는 산길을 브레이크를 잡고 내려와서
빨리 마모가 된 것 같았다.
마침 자전거 샵이 있어서 패드를 교체했다.
패드를 교체할 일이 없을 줄 알고 준비를 안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 패드를 교체하니 왠지 든든하고, 기분은 좋다...^^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고
루체른에서 유명한 '빈사의 사자상'을 찾아
이리저리 해매었다.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가 꼭 가보라고 해서 가보려고
찾아 헤맸는데 큰 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입구 바로 앞을
몇번 지나쳐서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웅장한 크기와
사자의 살아있는 듯한 표정에
한 동안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어떤 전쟁 때 전사한 스위스 군인들을
기리기 위한 조각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자의 얼굴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비는 거의 그쳤지만 아직도 기온이 낮아서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마다
바람 때문에 너무 추웠다...ㅜㅜ
패러글라이딩을 안 하면서 스위스 프랑이
예상보다 많이 남은 관계로
남은 돈으로 긴바지를 사입기로 마음 먹었는데
마침 자전거 샵이 보였다.
아저씨께 추워서 긴바지를 구한다고 했더니
나를 가만히 보시더니 따라오라고 하셨다.
그러더니 아저씨께서 긴 바지는 사이즈에 맞는 것이 없단다...
전부 XL, 2XL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스위스 사람들이 다리가 얼마나 긴지
바지 길이가 내 키만하다...ㅜㅜ
아저씨도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잠시 뒤에 다리 토시를 꺼내서 입어보라고 하신다.
짜잔~~!!
반바지와 같이 입을 수 있고
더우면 벗을 수 있는데다가
벗었을 때 크기가 작아서 여행으로 입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가격도 긴바지에 비하면 절반가격이었다...^^
(50프랑 : 약 50,000원)
웃겼던 것은 나중에 저녁에 숙소에서 보니
저 토시도 여성용에 사이즈는 XS이었다...^^
(내 체형은 유럽 여성 XS과 비슷한 체형인가 보다ㅋㅋ)
그래도 어찌나 따뜻하던지...ㅋㅋ
이제는 비만 오지 않는다면 추울 일은 없겠다~~
아저씨께 고맙다고 인사를 했더니
고생이 많다며 오렌지 쥬스를 한 컵 주셨다.
쥬스 한 컵일 뿐인데 주인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제 루체른을 거의 벗어나 취리히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이전에는 빨리 달리면 다리가 너무 추워서
빨리 달릴 수가 없었는데 토시를 입고나니
아무리 빨리 달려도 다리가 따뜻하니 너무 좋았다.
그 덕에 마음놓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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