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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유럽 자전거 여행기 30 (이별의 아픔)

by freewheel 2016. 6. 30.

 

 

 

 

성 내부를 둘러보면서 성의 역사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고나서인지

다시 성 밖을 나왔을 때, 성의 모습이 아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좀 더 낯익은 것 같으면서도 역사의 한 장소에

있는 느낌이었다.

 

 

 

 

성 외부를 할머니와 산책하면서 둘러보다보니

저 아래에 Hechingen시가 내려다 보이고

그 옆으로도 작은 마을들이 보였다.

보이터 할머니께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시고

평소 산책하는 코스도 설명해주셨다.

어제도 원래 산책을 나서는 중이셨는데

나를 만나고 산책을 포기하고 집에 데려가신 거란다...ㅜㅜ

 

푸른 녹초지와 붉은 지붕이 군집한 마을의 모습이

독일 시골의 전형적인 모습인 것 같다.

독일에 익숙해지는 만큼

이런 풍경이 익숙해지고 있다...^^

 

 

 

 

 

카메라에 모두 담을 수 없을 만큼 큰 성...

 

 

 

 

성 안뜰에는 대포도 보이고 관광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기서 여러가지 지역 문화행사들(축제, 시장, 공연)이

펼쳐진다며 할머니께서 자랑하셨다...^^

 

 

 

 

성 구경을 끝내고 내려가는 길에 외부와 연결된

지하통로를 이용했다.

옛날에 성을 탈출하는 비상통로였다는 것 같았다.

 

왠지 저 계단 밑에서 적군이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상통로 일부는 이렇게 막혀있었다.

 

 

 

 

내부에 꽤 넓은 공간도 있었다.

지하감옥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중세시대를 배경으로한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비밀통로를 직접 지나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보이터 할머니와 즐겁게 성을 구경하고

차로 할머니 댁에 돌아가는 길에 성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었다...^^

 

멀리 보이는 성의 모습은 아침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이지만

성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전혀 알지 못하는 곳이어서

낯설음과 설레임이 공존했지만

지금은 볼 때마다 반갑고 또 추억이 가득한 곳이 되었다.

 

큰 기대없이 잠깐 들러보려던 곳이

나에게 너무도 소중한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차안에서 뒤돌아보며 멀어지는 성을 바라보니

어느덧 할머니와 헤어져야할 시간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ㅜㅜ

 

 

 

할머니 댁에 도착해서 짐을 챙기고 있으니

할머니께서 점심시간 다 되었다면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라고 하신다.

맛있는 스프를 끓여주시겠다고 하시며...^^

 

할머니께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할머니와 조금 더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거절하지 못하고 먹고 가기로 했다.

 

 

 

 

할머니께서 끓여주신 스프~!!

얇은 빵같은 것을 얇게 썰어서 국물과 같이 먹는 스프였는데

생전 처음 먹어보는 특이한 맛이었지만

담백하고 너무 맛있었다...^^*

 (역시 한국사람은 국물이지~~ㅋ)

 

 

 

칼국수 면처럼 생겼지만 면이 아니어서

색다른 식감이었다.

빵처럼 부드러웠고 맑은 스프는 야채향이 강하게 났다.

 

점심을 먹으며 할머니께 커다란 태극기를

선물로 드리면서 한국의 국기라고 말씀드리니

너무 좋아하셨다...^^

그러더니 목에 태극기를 두르시면서

나보고 이렇게 머플러로 써도 괜찮은지 물어보셨다...^^

동네 친구분들에게 자랑하실 거란다....ㅋㅋ

 

 

한국에서 가져온 깻잎이 다 떨어져서

반찬을 어떻게 해먹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할머니 덕분에 빵 먹는법, 스프 만드는 법을 알게 되어서

요긴하게 써먹었다...^^

 

 

어제 지하 보일러실에 널어둔 빨래를 걷고

나오는데 할머니께서 또다른 창고를 구경시켜주셨다.

거기에는 포장된 음식들이 많이 있었다.

독일 사람들은 지하에서 몇달을 지낼 수 있는

시설을 집집마다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바로 거기가 음식창고였다...^^

 

 

짐을 다 싸고 자전거에 짐을 싣고있는데

할머니께서 부엌으로 잠깐 오라고 하셨다.

도시락을 준비하셨다면서 가지고 가라고 하셨다...

 

 

 

 

 

짐을 싸는 동안 할머니께서

준비하신 도시락, 간식들......아....ㅜㅜ

 

아침에 샀던 신선한 빵(치즈와 햄을 넣어주셨다), 초코렛 과자,

바나나, 초코바까지... 이것저것 너무 많이 챙겨주셨다...

할머니께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주지 못해 너무 안타까웠다.

 

 

 

 

 

짐을 모두 자전거에 싣고

할머니 댁 현관에서 할머니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찍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친구가 될 수 있었는데

 

 

나도 할머니도 헤어져야 하는 것이 너무 슬펐다....

할머니께서는 나를 꼭 안아주시며 건강하고 안전한 여행이 되길 빌어주셨다.

나도 할머니께서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길 빌어주며 길을 나섰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출발하는 것이 싫었던 적은 없었는데....

 

 

결국 할머니께서도 길을 알려주시겠다며 따라 오신다...^^

할머니께 몇번이고 들어가시라고 했지만

할머니께서는 더 이상 따라오시기 힘들 큰 도로가 나올 때까지 따라오셨다.

 

 

길 모퉁이에 서서 잘 가라고 하시며 손을 흔들어 주신다.

나도 할머니께 손을 흔들며 자전거에 올라타 출발을 했는데

아쉬운 마음에 뒤돌아 볼 때마다 할머니께서는 계속 손을 흔들고 계셨다....

 

 

 

 

어느덧 Hechingen 시내를 벗어나 뒤를 돌아보니

Hechingen시내와 호헨촐레른 성이 동시에 보였다.

소중한 만남, 추억이 남아있는 곳을 바라보며 한 동안 멈춰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 꼭 다시 뵈러 올게요~!! 건강히 잘 계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