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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유럽 자전거 여행기 27 (헤잉겐 - 호엔촐레른 성 앞에 도착하다)

by freewheel 2016. 6. 26.

<4월 25일(금) - 유럽 자전거여행 17일 째>

 헤잉겐 - 호엔촐레른 성 앞에 도착하다



오늘도 역시 아침에 비가왔다.

이제는 비가 와도 아무렇지도 않다...^^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고 있으니 아주머니 한분이 오시더니

밥 먹으로 오라고 하셨다.

 

 

 

 

친절한 툼(Thum) 할아버지 가족~

오른쪽부터 Thum 할아버지, 할아버지 따님, 그리고 할머니

 

식탁에는 맛있는 빵과 소세지가 있었다.

우유, 커피와 함께 먹었는데

빵이 너무 맛있었다. 맛있게 먹으니

할머니가 빵을 직접 구우셨다며 자랑하셨다...^^

 

아침을 먹으며 짧은 독일어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할아버지께 차붐을 아는지 물었더니

잘 안다고 하시며 차붐 아들 두리도 독일팀에서

선수생활 하고 있다면서 차붐은 정말 좋은

선수였다며 손을 치켜 세우셨다.

 

할아버지는 여행에 관심이 많으셔서

왜 자전거 여행을 하는지, 얼마나 할 예정인지,

코스는 어디어디 갈 것인지 물어보시고

괜찮은 여행지도 알려주셨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짐을 가지러

가려고 하니 할머니께서 가다가 먹으라고

하시며 도시락을 싸주셨다.

 

말은 잘 통하지 않고 피부색도 달랐지만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씨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가족처럼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아침을 먹고 텐트와 짐을 챙기려고 했는데

자전거 뒷바퀴의 바람이 또 빠져 있다...ㅜㅜ

 

뒷타이어에 무게가 많이 실려서 그런 것 같아

펑크를 때우면서 앞뒤 타이어를 교체했다.

 

타이어 펑크를 때우고 손도 씻을 겸 볼일 도 볼 겸

화장실을 써도 되는지 여쭈어 보았더니

마음껏 쓰라고 하셨다.

 

 

 

 

 

독일 가정집에서는 처음으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너무 깨끗해서 깜짝 놀랐다.

 

세면대에는 물기하나 없이 깨끗했다.

 

 

 

 

간단히 세수하고 손을 씻었는데도

온통 물이 튀어 조심조심 씻었다.

다 씻은 후에는 휴지로 물기를 싹 닦았다.

 

 

짐을 다 챙기고 Thum할아버지 가족에게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께 주소를 물어보니 조그마한 쪽지에

주소를 적어주셨다....^^

(여행이 끝난 후 선물을 보내려고 물어봤다.)

 

건강하시라고 인사드리고 출발을 했다.

 

 

 

 

출발을 한 후 집 전체를 사진에 담았다.

나에게 독일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알게해준 소중한 집이었다.

 

 

 

 

오늘의 목표는 헤힝겐(Hechingen)으로 정했다.

그곳에 호엔촐레른이라는 성이 아름답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차들이 없어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길 곳곳에 커다란 달팽이들이 보였다.

비가 온 뒤 아직 흐린 날씨라 그런지

유난히 달팽이들이 많이 보였는데

 

문제는 달팽이들이 너무 맛있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크기가 크고 토실토실해 보이는 살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는지...

 

단, 이 달팽이가 식용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서

먹지는 않았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고기를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지 달팽이조차 너무 맛있게 보였다.

 

자전거 여행의 부작용이다...ㅜㅜ

 

 

 

 

 

 

손바닥에 꽉차는 달팽이...

이렇게 큰 달팽이는 처음이었다.

자전거 도로에서만 10마리 넘게 발견했는데

볼 때마다 침을 꼴깍 삼켰다..ㅋㅋ

 

 

 

 

 

 

도나우 강

튜틸링겐까지는 금방 도착했는데

도시에 도나우 강이 관통하고 있었다.

영어로는 다뉴브강이라고 하는데 이 강이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지나 흑해로 흘러가는 강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관통하는

도나우 강의 상류인데 여기서는 작은 하천처럼 보였다.

 

도나우 강을 건너서 일반국도와 자전거 도로가

갈라져 있었다. 내가 가진 지도는 자동차 도로만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복잡한 자전거 도로에서 길을 못찾고 헤매기 시작했다...ㅜㅜ

 

갈림길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아저씨 한분이 지나가시기에

붙잡아서 길을 여쭈어 보았다.

로트바일(Rottweil)까지 가려면 어느길로 가야하는지

물었더니 자기도 그 쪽으로 가는 길이라며

따라 오라고 하셨다.

 

 

 

보라색 츄리닝으로 완전 무장하고

옛날 시골에서 타던 삼천리 자전거 같은

자전거를 타고 있어서 '같이 가다가 괜히 시간만

더 걸리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왠걸? 아저씨가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아무리 페달을

빨리 밟아도 도저히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다....ㅜㅜ

 

아저씨~~!!! 저 힘들어요~~~!!! 좀 천천히 가세요~~~!!

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들리지 않을 만큼

앞서 나가신다....ㅜㅜ

 

 

 

 

 

좋은 자전거보다 튼튼한 다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신 아저씨~~!!

 

뒤도 돌아보지 않으시고 마구 달리시는 아저씨를

따라가다보니 내가 오버페이스를 해버렸다....헥헥....

겨우 따라 잡을만 하면 다시 멀어지는 아저씨...ㅜㅜ

 

 겨우 겨우 따라가다가 길에 요철이 있었는데

빨리 달리다보니 요철을 지나면서

충격으로 짐이 풀려버렸다....

 

얼른 멈추어서 풀려버린 짐을 챙기면서

아저씨를 보니 아저씨는 그것도 모르시고 계속 가신다...

결국 짐을 겨우 싣고 짐을 다시 묶을 쯤엔

아저씨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뒤였다...ㅜㅜ

 

아저씨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아저씨를 찾아보려고 다시 달렸지만

아저씨는 어디로 증발하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행히 자전거 도로와

국도가 다시 만나 혼자 힘으로도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아저씨 덕분에 1시간 이상을 달려야 할 거리를

30분만에 돌파했다~!!!

낡아빠진 자전거로 그렇게 빨리 달리는 아저씨는

인간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ㅋㅋ

 

그래서 아저씨는 길을 잃고 헤매는 나를 위해

길도 알려주고 시간도 줄여줄려고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천사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ㅋㅋ

 

 

 

 

 

 

아저씨 덕분에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은 의자도 있고 쓰레기 통이 있어서

점심을 먹는 장소로 안성맞춤이라 자주 이용했다.

 

 

 

 

 

점심은 Thum할머니께서 정성스럽게

싸주신 샌드위치와 사과였다~!!

내가 먹던 빵과는 다르게 안에 치즈와 소세지가

들어있어서 맛도 일품일 뿐만 아니라 배가 훨씬 든든했다!!

 

 

점심을 먹고 났더니 다시 힘이 났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산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경사가 심해서 힘들었다...ㅜㅜ

 

그래도 산을 넘어가니 아름다운 숲이 나왔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꼿꼿이 하늘로 뻗어 있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숲길은 차도 별로 없어서

편하게 즐기면서 달렸다.

 

 

 

 

산을 돌아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숲길을 달리는 것은 즐거웠다.

 

 

 

 

잠시 쉬면서 호기심에 숲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니

풀들이 나고 있고 나무들이 빽빽하다.

 

산을 돌아돌아 산을 넘으니 내리막길이 나오고

넓은 들판이 나왔다.

들판 한편에서는 양떼들을 몰고가는

양치기와 양치기 개가 보였다.

 

 

 

 

 

양치기 개가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양들을 모으고

양치기는 유유자적 걸어다니는 모습이 재밌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양떼들을 쳐다보다 서둘러 길을 나섰는데

뒷바퀴 바람이 약간 빠져 있었다.

펌프로 바람을 넣으니 빵빵해져서

다시 달리는 데 한참을 달리다보니

또 바람이 빠져있다....ㅜㅜ

실펑크가 난 것 같아서 물을 찾아 헤맸는데

개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바람을 넣고

개울을 찾을 때까지 더 달리기로 했다.

 

 

 

 

 

길옆에 개울이 있어서 멈췄는데 물이 없었다.

그래도 일단 뒷바퀴를 풀어 튜브를 꺼내어 보니

다행히 바람 빠지는 소리로 실펑크 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는 펑크가 나도 당황하지는 않지만

자주 실펑크가 나는 것 같아 걱정이다...ㅜㅜ

 

갈 길은 먼데 펑크까지 때우면서 갈려고 하니

더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펑크를 때우고 오르막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저 앞에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산이라고 하기에는 낮고, 언덕이라고 하기에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빨간 지붕의 독일 집들이 눈에 띄었다.

 

어느덧 하늘의 구름이 걷히고 맑은 날씨가 되었다.

 

신나게 내리막 길을 달렸다~~!!!

 

 

헤힝겐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해가 서서히 넘어가고 있었다.

산을 넘었더니 벌써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ㅜㅜ

 

 

 

 

길 옆에 기차길이 있는데 기차길이 특이하게 생겼다.

 

 

지친 몸을 이끌고 기차길을 벗어나

낮은 언덕을 넘어 겨우 달리고 있는데

눈앞에 호엔촐레른 성이 나타났다~~!!!

 

 

 

 

아~!! 드디어 도착했구나~~!!!

 

주위에서 가장 높아보이는 곳에 우뚝 솓은 성을 보니 너무나 아름다웠다.

책에서 볼 때는 작아보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에서는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함께

유럽에서도 아름다운 성 중의 하나로 꼽히는 성이란다.

 

Hechingen에서 하루밤을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성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정면에 바라보이는 성을 보며 달리다보니

어느새 Hechingen에 도착했다...^^

그런데 산책하시는 부부에게 근처에 캠핑장이

있는지 여쭈어 보았더니 캠핑장이 없다고 하셨다....ㅜㅜ

그럼 유스호스텔은 없는지 물었더니 유스호스텔도 없다고 하셨다...ㅜㅜ

 

아....오늘은 어디서 자야하나...ㅜㅜ

일단은 Hechingen 시 외곽을 돌아보며

어제처럼 정원에라도 잠을 잘 수 있을까?해서

돌아다녔는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서

한참을 헤매었다....ㅜㅜ

 

 

오늘은 대체 어디서 자야하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