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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유럽 자전거 여행기 51 (오스트리아 린츠 Linz 도착)

by freewheel 2020. 6. 12.

<5월 11일(일)_여행 33일째>

 

오스트리아까지 왔는데 린츠에서 동쪽으로 하루 정도 가면 비엔나가 나오는데

비엔나를 들려서 돌아보고 체코로 넘어갈지

린츠에서 바로 북쪽으로 해서 체코로 넘어갈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전체 일정을 생각하면

비엔나를 들리게 되면 시간이 3일 이상 더 걸릴 것 같아서

고민이다ㅜㅜ

 

일단 오늘은 린츠(Linz)까지 가보고 결정하기로 한다.

 

소방서 옆에서 안전하게(?) 잠을 자고

빵과 요구르트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소방서 화장실에서 씻고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Tom이 와서 잘 잤는지 오늘은 어디까지 가는지 물어본다.

덕분에 편안하게 잘 잤고,

오늘은 린츠까지 간다고 하니

여행 마칠 때까지 조심히 여행 잘하고 해준다.

 

Tom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태극기를 선물하고

린츠를 향해 출발을 했다.

 

 

나에겐 호텔보다 좋았던 Lenzing 소방서

출발하기 전 기념으로 소방서 건물 사진도 찍고

 

 

셀카도 찍은 후 이제 진짜 출발이다~!!

 

 

지도를 보니 린츠까지는 1번 도로를 타고

계속 달리면 되기 때문에 오늘은 길 찾는다고

고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선 오늘의 중간 목표는 벨스(Wells)라는

도시로 잡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와~~!!!!

 

1번도로에 합류하자 세상이 온통 유채밭이었다.

 

여기도 유채밭

 

저기도 유채밭

저 멀리 지평선까지 끝없는 유채밭이 펼쳐져 있다.

 

자전거 도로 바로옆 유채밭에서 사진도 찍어보는데

너무 아름다운 노란색에 눈이 부실정도였다.

 

마침 유채꽃이 만개했을 때 이곳을 지나게 되는

행운을 얻은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Wells 까지는 다행이 1번 도로만 따라 가면 되고

대부분이 평지여서 어렵지 않게 달릴 수 있었는데

다만 계속 맞바람이 세게 불어서 속도를 붙일 수가 없었다.

 

 

드디어 Wells 에 도착!!!

공휴일이라 그런지 상점은 다 문이 닫혀있고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한산한 느낌의 도시였다.

 

일단 Wells 도시를 빠져나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1번 도로 표지가 시내 중심에서 보이질 않는다ㅜㅜ

 

Wells 시내 지도가 없어서 조금 헤매다가

린츠 방향이 표시된 도로 표지판을

겨우 찾아서 시내를 빠져나왔다.

 

 

다시 찾은 1번도로 표지판

시내를 빠져 나오며 1번 도로 표지판을 찾았다.

이게 뭐라고 얼마나 반갑던지

 

길도 찾았고 이제 슬슬 배가 고파

편하게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다행히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어제 마트에서 구입한 식빵, 산딸기 쨈, 체리 요구르트

한참 당이 떨어져 있을 때라

산딸기 쨈이 너무 맛있다.

 

저 많은 빵을 반 정도 먹었으니 쨈 발라서

5개 정도 먹었던 것 같다.

 

후식으로 먹은 체리 요구르트도 얼마나 맛있는지~!!

유럽엔 우유와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

가격이 저렴해서 너무 좋은 것 같다.

 

배도 부르고 잠시 쉬었으니

이제 린츠까지 달려보자~!!!

 

 

오~ 린츠까지 23km 밖에 안남았다~!

1~2시간 안에는 도착할 것 같아 기분좋게 달려본다.

 

한참을 달리는데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길 바로 옆에서 생선을 불에 구워서 팔고 있었다.

 

방금 점심을 먹었는데도 생선구이 냄새가 너무 좋았다.

그러고 보니 생선구이를 먹어본지가 언제인지ㅜㅜ

 

 

생선구이를 뒤로하고 달리다보니

이제는 유채밭 사이로 밀밭이 나왔다.

 

이번 유럽 여행에서 처음으로 보는 밀이삭들

프랑스에서 출발했을 때는 겨우 새싹만 올라오고 있었는데

이제는 이삭이 나와서 영글고 있었다.

 

밀이삭을 보면서 그동안 계절도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니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추워서

고생했는데 이제는 낮에는 더워서 고생하고 있다.

 

 

 

린츠에 다와 가는데 여기서도 남쪽 지평선 저멀리

눈덮힌 알프스 산들이 보인다.

 

 

드디어 린츠에 도착!

 

린츠에 캠핑장이 있다고 해서

슬슬 캠핑장을 찾아야 되는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캠핑장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ㅜㅜ

 

할 수 없이 시내를 더 돌아다니면서

몇명에게 더 물어보니 캠핑장이 어디인지

알고 있어서 알려준다.

 

겨우 캠핑장 방향은 정해서 가는데

이정표도 없어서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도로 순찰 중인 경찰이 있어서

물어보니 아주 자세하게 가르쳐 주셔서

캠핑장을 찾을 수 있었다. 

 

 

린츠 시내를 흐르는 도나우 강을 건너서

 

도나우 강을 좌편에 있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다보니 자전거 여행객들도 만나고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한 공원도 보인다.

 

시내는 사람들이 그렇게 안보이고 한산하더니

여기에 다 모여있는 것 같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둘러앉아

그릴에 음식을 굽고 수다를 떨며

주말 오후를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가족들이 그립고 친구들이 너무 그리워진다.

 

행복하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너무 부러웠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조금 더 달리니

드디어 캠핑장이 보인다.

 

캠핑장이라고 하기에는 엄청 작은 규모였는데

 

그래도 이렇게 경치 좋은 강변에

캠핑장이 있어서 좋았다.

 

 

 

먼저 텐트부터 치고 캠핑장 주변 산책을 했는데

날씨도 좋고 주변에 호수도 있어서 좋았다.

 

 

호수에서 일광욕을 하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나도 저녁준비하는 걸 좀 미루고 캠핑장 텐트에

누워서 따뜻한 햇살을 느껴보고

주말 오후의 여유를 느껴보았다.

 

 

오늘 저녁은 버섯 밥과 버섯 볶음,

버섯 된장찌개와 김치 그리고 아껴두었던

깻잎 통조림으로 야무지게 먹었다.

 

 

밥먹고 텐트 밖을 보는 경치도 여유롭고 평화롭다.

 

여기 조그만 캠핑장에 오늘 총 3개의 텐드가 있었는데

모두 자전거로 여행 중인 사람들이었다~!!!

 

오랜만에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인삼캔디를 들고 인사하러 돌아다녔다.

 

 

바로 옆 텐트는 독일인 부부였는데

부부가 도나우 강을 따라 주말이라

여행 나오셨다고 한다.

 

한국에서 왔다고 인사를 하니

자기들 차가 한국차라고 하시면서

엄청 반가워 하신다.

 

그래서 차가 뭐냐고 물었더니 쌍용차를 타신단다.

그러면서 자꾸 '호디우스'라고 하시길래

처음엔 못알아듣다가 Rodius? 라고

물어보니 맞다고 하신다.

 

이분들은 주말에 자주 자전거로 여행을 하신단다.

 

 

 

프랑스인 자전거 여행자 슈테판

독일 부부와 얘기를 나누고 그 옆에 텐트에 있는 분에게

인사하면서 다가갔는데 자전거와 텐트만 봐도

왠지 모르게 엄청난 내공이 느껴지는 고수의 냄새가

풍기는 아저씨였다.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나누었는데 역시 고수였다.

 

자기는 프랑스 마르세유 사람인데

여름마다 3주 휴가를 받으면

무조건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고

 

이번에도 3주 휴가를 받았고 기차로 슬로베니아까지 이동하고

슬로베니아에서 마르세유까지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매년 이렇게 자기가 가보고 싶은 나라를 돌아본다는데

휴가를 그렇게 길게 쓸 수 있다는 것과

자전거로 이웃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게

모두 부러웠다ㅜㅜ

 

이분에게 여러가지 자전거 여행에 대한 팁을

알려달라고 물어보니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셨다.

 

'캠핑장 없을 때는 어떻게 해요?'

'난 캠핑장을 잘 이용 안해요, 길을 가다가 풀숲이 보이면

최대한 사람들이 안보이게 안으로 들어가서 그냥 텐트치고 자'

 

'그럼 샤워는 어떻게 해요?'

'패트병을 2개 이상 준비하고 항상 물을

가득 담아두고 필요할 때 조금씩 닦으면 돼'

 

'음식은 그러면 어떻게 해결해요?'

'숲에서 불은 피울 수 없으니까 차갑게 먹을 수 있는 통조림이나

우유와 씨리얼 같은 걸 먹어'

 

그렇게 와일드 캠핑을 하시다가 마침 적당한

때에 캠핑장이 보이면 오늘처럼 캠핑장을

이용하시면서 샤워도 하고 음식도 다양하게

만들어서 먹으신다고

 

나도 그동안 캠핑장 이용하지 않고 와일드 캠핑을

시도해보려고 해도 낯선 나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쉽게 시도하지 못했는데

 

슈테판 아저씨 얘기를 들으니까 왠지 힘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긴다.

 

자전거로 여행하는 분들을 이런 곳에서

만나니 너무 반가웠고 힘이 되주어서 좋았다.

 

서로 언어가 달라서 대화에 불편함은 있었지만
내가 그동안 왔던 길과 앞으로 가야할 일정에 대해서 얘기할 때

진심어린 눈빛으로 나를 위해 걱정하고

또 안전하게 여행을 마무리 하길 바라는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내일은 처음으로 체코로 넘어가는 날이다.

동유럽은 처음이기 때문에 설레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체코에서는 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 지 알 수 없어 두렵지만

그래도 프라하의 야경을 보겠다는 목표만

생각하고 묵묵히 달려 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잠자리에 들어본다.

 

☆ 오늘 달린 거리 : 80.6km(누적거리 : 2109.5km)

★ 오늘 지출액 : 8.2유로(캠핑장 : 8.2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