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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유럽 자전거 여행기 53 (프라하로 가는 길1)

by freewheel 2020. 6. 15.

<5월 13일(화)_여행 35일째>

 

새소리와 이름모를 짐승 소리에 새벽에 잠깐

잠을 깨기도 했지만 편하게 잠을 잘 잤다.

이렇게 들판에서 잠을 자니까

새벽에 새들이 어찌나 시끄럽게 지저귀는지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은 특별히 체코 빵으로 해결했다.

어제 산 바나나와 요구르트를 먹으니

아침 만드는 시간도 단축되고 맛도 있고 좋았다.

 

 

짐 정리하는 동안 텐트 밖 구경도 좀 하고

 

차가운 시냇물에 세수랑 양치질을 했더니

시원하다~

 

하룻밤을 보낸 천연 캠핑장

다행히 자전거도 무사(?)하고

편안하고 잘 지낸 곳이었다.

 

내일 프라하에 도착하려면

오늘은 최대한 프라하 가까이 갈 수 있을 때까지

가는 것이 목표다.

 

체코 지도를 아직 못 구해서

일단 독일 지도에 나온 것을 참고했는데

오늘은 122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Tyn nad Vltavou 라는 곳에서 105번을

따라 북쪽으로 쭉 올라가기로 했다.

 

짐정리도 금방 끝내고 출발~!!

 

저~ 가운데 키낮은 나무들이 있는 곳

뒷편이 어제 텐트를 쳤던 곳이다.

 

아침이라 날씨도 상쾌하고 오르막도 없어서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첫 목적지인 네톨리체(Netolice)이길

 

체코는 들판이 너무 넓고 민가들이 띄엄띄엄 있어서

다음 마을을 보려면 한참을 가야한다.

이런 넓은 국토, 낮은 인구밀도가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길 가 도랑에 빠진 차 빼는 것도 도와주고

 

생각보다 빨리 네톨리체 도착~!

오래된 건물들과 적막함이 여기가

동유럽임을 깨닫게 해준다.

 

네톨리체 시내를 빠져나오니 영화에서

많이 보던 넓은 들판 길이 나온다.

집을 보기가 어려운 이곳을 정말 지겹도록 달렸다.

 

다행히 호수 같은게 나오니

구경도 하고 지루함도 달래보았다.

 

와... 여기도 온통 유채밭~!

좌우 앞뒤 모두 유채밭인 곳이었는데

지평선 끝까지 노랗다.

오스트리아보다 유채밭이 더 넓은 것 같은데

유채꽃이 만발한 이 시기에 여기를

지날 수 있었기에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거라 생각하니 모든게 감사할 뿐이었다.

 

유채밭을 지나 한참을 달리다 보니

이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 원자력 발전소가 보인다.

 

마침 길도 원자력 발전소 바로 옆을 지나게 되어있다.

 

콘크리트 구조물 아래에 엄청나게 많은 물이 쏟아지고

 

원자로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도 처음이고

원자로 바로 옆으로 길이 있는 것도 신기했다.

 

발전소 구경하다보니 오늘의 중간 목적지가

2km 남았다는 반가운 표지판~

 

체코는 넓은 들판과 빨간 지붕의 나라인 것 같다.

어제 지나갔던 체스키와 비슷한 느낌의

Tyn nad Vltavou 를 빠져나와

 

이제부터는 105번 길을 만나서

이 길만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가로수가 넓은 이길이 너무 예뻐서

여기서 쉬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은 살라미 같은 소세지를 빵에 넣어서

우유랑 바나나와 같이 먹었는데

빵에 소세지를 넣어먹으니까 너무 맛있었다.

저 소세지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 안했는데

만족도는 5,000원 이상인 것 같다.

우유도 1리터 우유도 1,000원이 안되는 가격

 

점심 먹고 출발했는데 여기도 끝없는 들판의 연속

집도 없고 사람도 안보이고

이러다 오늘 하루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도 끝없는 유채밭~!

 

이제야 서서히 사람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

 

외롭게 들판을 달리다가

이렇게 마을을 발견하면 그제야 마음이 편해진다.

마을에서 정원에 사람이 있는 집이 있어

물통에 물도 가득 얻고 나니 오늘 밤도

마음 편하게 와일드 캠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가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세들차니(Sedlcani)

날은 덥고 끝없는 평지와 들판을 지난온 뒤라

마트를 보자마자 들어가서

더위와 목을 축일 것부터 구입했다.

 

아이스크림이랑 탄산이 얼마나 맛있는지

특히 여기 마트에는 정육점이 따로 있어서

삼겹살을 아주 싸게 팔고 있길래 삼겹살도 사고

쌀도 사고 이것저것 먹을 걸 잔뜩 샀다.

 

저녁에 제대로 된 삼겹살을 먹을 생각을 하니

절로 힘이 생긴다.

 

오늘은 살짝 더운 날씨였는데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지기 시작하더니 멀리서

소나기가 다가오는 게 눈에 보인다.

이대로 더 가다가는 비에 다 젖을 것 같아서

마침 왼쪽으로 비포장 도로가 나오고

그 안쪽에 텐트를 칠만한 곳이 있을 것 같아

거기로 피신 겸 자리만 좋으면 텐트를 치기로 했다.

 

비포장 도로 끝 나무 언덕 뒤에

텐트를 치기로 하고 언덕을 넘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져 있었다.

와~!! 이런 곳을 우연히 발견하는 것도

기적중에 기적이었다.

 

소나기는 다가오고 있고 주변에 평지가 없어서

풀이 자라 아무도 다니지 않을 것 같은

길 한가운데 텐트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소나기가 도착하기 전에 얼른 텐트를 치고

밥을 하기 전 너무 아름다운 강을 바라보며

경치를 감상했다.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장소에서

와일드 캠핑이라니 너무 낭만적이었다.

 

경치를 감상하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얼른 텐트 안으로 피신하고

텐트 안에서 저녁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마트에서 산 먹을거리들~

보기만해도 행복하구나~!!

글을 읽을 수 없으니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그림만 보고 골랐는데 너무 맛있었다.

 

오늘 저녁은 김치 참치찌개로 국을 하고

 

삼겹살을 구워먹기로 했다.

바보같이 1인분이면 충분할 것 같아서

200g 만 샀는데 고기를 먹으면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르겠다.

저게 우리나라 돈으로 700원 정도 밖에 안했는데도 말이다ㅜㅜ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굽고

그 기름은 또 김치찌개에 활용

 

역대급 저녁이 완성

오늘 달린거리가 처음으로 120km를 넘겼더니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가 않는다.

 

아.... 이 삼겹살 냄새를 얼마만에 맡아보는 건지

마침 고기도 두툼하게 잘라서 익는데는

오래 걸렸지만 비계가 고소하고 고기는 쫀득쫀득하고

이게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겠다.

600g 정도 샀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에 땅을 쳤다.

 

삼겹살이 너무 맛있어서 팬에 남은 기름까지도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밖에 폭우는 쏟아지고 있지만

삼겹살 한점과 참치 김치찌개에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그렇게 먹어도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빵과 달콤한 과자로 허기를 달래본다.

그 동안 딱딱한 빵만 먹다가 왠지 달콤해 보이는

빵이 보여서 샀는데 이게 가운데 노란 것이

전부 슈크림이었다.

달달한 빵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밥먹는 사이 해는 지고 밖에서는

아직도 폭우가 쏟아지고 있지만

알찬 저녁을 먹고나니 너무나 행복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왔던 곳이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고,

여행기간 처음으로 삼겹살을 먹을 수 있어서

더 행복했다.

 

내일은 프라하까지 충분히 도착할 것 같으니까

마음 편하게 잠을 자도 될 것 같다.

 

오늘로써 나의 여행도 절반이 지나갔다.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기억이 나면서

혼자 웃기도 하고 외로움에 눈물도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는 이제 시작될 나머지 여행의 절반을 생각하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누구를 만나게 될 지

기대하는 마음도 커져갔다.

 

오늘은 참 복잡한 마음으로 저녁을 보냈다.

 

☆ 오늘 달린 거리 : 120.6km(누적거리 : 2,327.3km)

★ 오늘 지출액 : 108.1코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