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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유럽 자전거 여행기 50 (Linz로 가는 길)

by freewheel 2020. 6. 11.

<5월 10일(토)_여행 32일째>

 

원래는 오늘 하루 짤쯔부르크를 돌아보고

린츠 방향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캠핑장이 시내와 거리가 좀 있고 오르막이라서

그냥 바로 린츠로 최대한 가보는 것으로 일정을 정했다.

 

오늘은 갈 길이 멀수도 있어서 아침부터 조금 서둘렀다.

 

 

오늘 아침은 간단하게 어제 먹고 남은 샐러드와 김치 그리고

식은밥에 물을 좀 넣고 계란을 넣어서 끓인 계란 국밥이었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 소금으로 간을 하니

맛도 있어서 좋았다.

 

 

오늘은 린츠 방향으로 가는데 가는방향에 커다란 호수들이 있어서

호수들 사이로 달리는 코스로 정했다.

 

시간만 가능하면 린츠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최대한 린츠 가까이 갔다가 내일 쯤 체코로 넘어갈 생각이다.

 

린츠로 출발전~!

이제는 텐트를 정리하고 짐싸는 것도 익숙해져서 금방이다.

 

출발~!!

 

캠핑장을 나와서 우선 Mondsee 방향으로 달리는데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이라 신나게 달렸다.

 

 

내리막 길이라 Mondsee 까지 금방 도착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그런지 동네가 사람도 안보이고

좀 한산한 느낌이다.

 

근데 여기 호수 경치가 너무 좋다.

호수 주변으로 높은 산이 있고, 거기엔 아직 눈이 남아있고

내가 보기엔 호수라기 보다는 거의 바다같은 느낌이었는데

매일 끝없는 들판만 보며 달리다가

호수를 보고 달리니 너무 좋았다.

 

 

 

호수 주변으로는 아름다운 산들이 둘러쌓여있고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호수에서

요트를 타고 휴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부럽긴하다.

 

 

Mondsee 호수를 오른쪽으로 끼고 호수주변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는 길

 

경치도 날씨도 좋았고 물도 너무 맑아서 좋았다.

혼자만 아니었으면 아마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을 것 같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자전거 도로

 

이렇게 완벽한 날씨에 이런 풍경속에

라이딩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달렸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호수 바로 옆 산은 바위 덩어리였는데

사진으로는 표현이 어려웠지만 실제로 보면

바위에 무늬들이 있어서 너무 아름다웠다.

 

드디어 Mondsee 가 끝나는 지점이 다가오고

이제야 자전거 타는 지역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 보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오늘 드디어 2,000km 돌파

 

한달이 조금 지난 시간에 2,000km를 달렸다.

파리에서 출발해서 스위스와 독일 오스트리아까지

그 동안 지나쳐왔던 곳들이 머리 속을 아련하게 지나쳐간다.

 

아직 남아있는 일정이 지난 일정보다 더 많이 남아있는데

지난 간 일정을 돌아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과연 남은 일정은 또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 지 기대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2,000km 라는 숫자에 많은 생각이 들어

잠시 멈춰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Mondsee 를 지나 평지를 한참 달리니

Mondsee 보다 몇배는 큰 것 같은

Attersee 가 나타났다.

 

와 여긴 진짜 바다같다.

 

 

오랜만에 셀카를 찍고 다시 출발~!

 

원래는 매일 면도를 했었는데 얼굴이 깔끔한 것 보다

왠지 수염이 있어야 자전거 여행객이라는 느낌이 날 것 같고

태어나서 한번도 수염을 길러본 적이 없어서

이 때가 아니면 언제 길러볼 수 있을까 싶어서

뮌헨에서부터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수염 기른지 며칠이 되니까 이제 좀 자전거 여행객 같아 보인다

 

Attersee 를 달리는 중간 벤치가 하나 보이는데

난간도 없고 호수로 바로 내려가 볼 수 있는 곳이라

잠시 멈춰섰다.

 

 

호수가 너무 맑아서 바닥이 다 보였는데

호수를 직접 만져볼 수 있을 것 같아

설레이는 마음으로 내려갔다.

 

 

 

호수물에 손을 담그니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손도 씻고 세수도 하면서 얼굴의 땀도 씻었더니

너무 좋았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 멈춰서서

잠시 머무르고 호수를 만져보고 하는

이런게 자전거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호수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이동을 하니

정말 호수가 바다같이 넓었다.

 

여기엔 윈드서핑하는 사람들, 배타고 낚시하는 사람들,

요트와 카누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배가 고파서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도시로 가는 것보다 호수 주변이 인적이 드문 곳이 많으니까

텐트칠 곳만 있으면 거기에 텐트치고 자도 괜찮을 것 같아

열심히 그런 장소를 찾으며 달렸는데

이게 호수 입구에는 그런 곳이 많더니

이제 그런 곳을 찾으려니 점점 집들이 많아지면서

그런 곳이 눈에 보이질 않는다.

 

그러다 어느순간 호수는 끝이 나고 Lenzing 이라는

마을이 나왔다.

 

어느 덧 해가 지고 있었고 배도 고픈 상태라

얼른 텐트 칠 곳을 찾아야 했는데

근처에 캠핑장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더 달리는데.....

 

소방서가 눈에 띄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열심히

소방서 바닥 청소를 하고 있었다.

 

소방서 주변을 보니 소방서 주변이 온통 잔디밭이라

소방서로 가서 혹시 소방서 옆 잔디에 텐트를 치고

하루만 머물다가 가도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그러니 아주 친철하고 영어가 가능한 Tom이라는 소방관 한명이

다가오더니 주변 잔디 아무데나 텐트 쳐도 괜찮다고 한다.

 

 

소방서 뒷쪽 잔디밭에 텐트를 치겠다고 하고 텐트를 쳤다~!

 

태어나서 소방서에서 텐트를 치고 하루밤을 머물다니!!

 

텐트를 치고 났더니 아직 사람들이 열심히 바닥을 청소 중이다.

그래서 나도 좀 도와주고 싶다고 하니

바닥 물청소 마무리 중인데 물제거만 도와달라고 한다.

 

하루밤 재워주는 게 고마워서 내일처럼

열심히 바닥물기 제거 작업을 도와줬더니

청소가 끝나고 자기들끼리

간단히 맥주 파티를 하는데

맥주를 주면서 같이 먹자고 한다.

 

 

물기제거는 자신있었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았다.

 

소방관들과 잠시 수다도 떨면서 여행 얘기도 하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얘기도 하니 너무 좋았다.

 

비록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Tom 밖에 없어서

어렵게 대화를 이어가야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열심히 수다를 떨다가

소방관들은 잘 자라고 하면서

원한다면 소방서 안에 화장실, 샤워실, 주방이 있는데

편하게 사용하라고 한다.

 

 

소방관들이 다 떠나고 나만 남아서 소방서를 지키니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오늘은 소방서 주방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녁 메뉴를 양식으로 정하고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저녁거리와 내일 먹을 거리를 좀 사왔다.

 

 

샤워를 마치고 주방에 가보니

소방서 주방이 무슨 왠만한 가정집보다 좋았다.

 

프라이팬과 냄비를 동시 사용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냄비로는 스파게티를 만들고 프라이팬으로는

버섯 볶음하고 마트에서 사온

야채 볶음(?)을 했다. 당근하고 콩하고 옥수수 브로콜리

이런게 들어있었는데 이렇게 볶아먹으면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볶아봤는데 이게 제법 먹을만하다.

 

 

완성된 스파게티와 야채 볶음, 그리고 버섯 볶음

 

 

오늘은 아주 편한 식탁에 앉아서

포크와 숟가락으로 밥을 먹으니 너무 편하고 좋았다.

 

저녁을 먹고 설겆이까지 깨끗하게 하고

텐트에 들어오니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방서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뜻깊은 일이고

오늘 하루 캠핑장 이용료를 아꼈(?)다는 기쁨도 작지 않았다.

 

텐트 칠 곳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캠핑장보다 시설이 좋고 치안도 완벽한 소방서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 오늘 달린 거리 : 63.3km(누적거리 : 2028.9km)

★ 오늘 지출액 : 3.13유로(먹을거리 : 3.13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