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월)_여행 34일째>
오늘은 5번째 나라인 체코로 가는 날이다.
동유럽은 처음이라 왠지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크게 문제된 적은 없지만
동유럽 여행에 대한 글을 보다보면
여행중에 이런저런 위험한 일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체코 넘어가면 체코 돈을 조금 환전해야되고
새로운 언어와 표지판에 익숙해져야되고
지도도 완전하지 않아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아침은 어제 남은 밥에 물 넣고 한번 끓인다음
고추장과 김치, 깻잎이 전부지만
밥만 먹어도 맛있다~
여기는 샤워하는데 50센트ㅜㅜ
아침 출발 전에 슈테판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오늘 일정에 대해 물어보니
자기랑 같이 출발하자고 하신다.
그러면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텐트 정리하다가 잔디에서 발견한 10원 같은 동전발견!!
이 조그만 동전이 그래도 2유로니까
커다란 빵을 하나 살 수 있는 거금이다. 아싸~~!^^
오늘은 126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쭉 달려서
체코 국경을 넘은 다음
최대한 프라하 방향으로 멀리 달리는 거다.
프라하는 모레 도착하는 것이 목표니까
오늘 최대한 북쪽으로 가려고 한다.
도나우 강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슈테판 아저씨와 달렸다.
아저씨는 도나우강을 따라 계속 가다가
독일에서 프랑스로 넘어가실 계획이시란다.
누군가와 같이 달린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나는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해서
얼마 못가서 아저씨와 작별을 해야 했다ㅜㅜ
나도 아저씨에게 집(마르세유)까지
조심히 가시라고 인사를 하고
아저씨도 나에게 여행 잘하라고 하셨다.
아저씨와 헤어지고나서 시내에서
잠시 길을 찾아야 했는데 그래도
126번 도로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지도상으로 체코 국경까지는 126번 도로만
따라가면 되니까 한동안 길을 찾아헤맬
필요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면 되겠다고 마음을 놓았은데....ㅜㅜ
이게 끝없는 오르막인 줄 몰랐던 것이다ㅜㅜ
유럽의 오르막은 특징이 커브가 거의없고
그냥 직선인 것인데 이게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경사도 변함이 없고 커브도 없으니까
마치 무한궤도에 올라 페달질만 반복하는
악몽에 빠진 것 같다.
너무 힘들어서 쉬어가려고 멈췄는데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눈덮인 알프스가
보이는데 그래도 이런 경치를 보니
힘들었던 것도 잠시 잊게 된다.
업힐한지 1시간만에 처음 만난 커브길!
커브길도 반가웠지만 160m 앞에
차선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오르막이 끝날 것이라는 뜻이기에
저 표지판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1시간 10분만에 도착한 정상~!
이제 내리막을 신나게 달려보자~~
신나게 내려막길을 내려갔는데
올라온 거에 비해 내리막은 너무 짧았고
다시 끝없는 오르막이 나타났다ㅜㅜ
아침부터 너무 힘을 빼서
어제 독일 부부께서 주신 땅콩을
우걱우걱 정신없이 먹었다.
드디어 오늘의 첫 목적지인
Bad Leonfelden 에 도착!
체코 국경에 있는 다음 목적지 Vyssi Brod 까지
12km 남았다는 표지판
이제 10km 정도만 더 가면 체코 국경인가보다
여기서도 끝없이 펼쳐진 목초지를 만나
신나게 달리다가
다시 오르막이 나와서 올라가는데
날씨가 너무 더운데다가
물까지 다 떨어져서 지쳐갈 때쯤
다행히 어떤 가정집에 사람들이 있어서
물을 좀 얻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시원한 물을 가득채워주셨다~!!
배도 고프고 너무 힘들어서 근처에
퍼질러 앉아서 점심을 먹고 쉬니까 좀 살만하다
점심먹고 10분정도 달리니 체코 국경도착!
왠지 여기는 출입국 검사할 것 같고
이것저것 짐검사도 할 줄 알았는데
여기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냥 통과~!
뒤쪽이 오스트리아
여기서 부턴 체코~!
여기서부터 한참은 외길이라 맘편히 달리는데
확실히 오스트리아와 다르게
길에 중앙선도 없고 도로 곳곳이
땜빵 자국이라 빨리 달릴 수가 없다.
도로에서부터 두 국가의 부(富)가 차이가 나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시골길을 한참을 달리니 드디어
어느 이름모를 마을이 나타나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에 사람들이 카약을 타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강따라 자전거로 달리고 있는데
큰소리로 나에게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려
강을 내려다보니 가족인 것 같은
카약 타시는 사람들이 노를 흔들면서
인사를 해주신다.
그래서 나도 큰소리로 인사하면서
손을 크게 흔들었더니 더 큰소리로 인사를 받아주신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크게 나누는 것만으로도
체코가 나를 받아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강 따라 달리니 오래된 성같은 건물도 많이
보이고 마치 중세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드디어 좀 큰도시로 보이는 곳 도착!
나중에 알게 됐지만 여기가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체스키' 라는 걸 그 땐 몰랐었다ㅜㅜ
그렇게 유명한 곳인 줄 알았으면
시내구경이라도 좀 더 하는 거였는데ㅠㅠ
우선 제일 급한게 체코는 유로화가
사용안되는 곳이 많다하여 체코 코루나로
환전을 해야한다. 다행히 지나가는 길에
은행이 보여서 50유로를 체코 코루나로 바꿨다.
환전을 하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
체스키를 빠져나와 마트에서
오늘 저녁에 먹을거리들을 좀 샀는데
오늘은 와일드 캠핑을 할 예정이라
캠핑장 이용료를 아낀만큼 먹는걸 많이 사기로 했다.
우유, 요구르트, 참치, 소세지, 햄, 샐러드,
과자, 빵, 맥주 이렇게 많이 샀는데 165코루나 밖에 안 나왔다~!!
마트에 나와서 조금 달리다보니
오른쪽으로 넓은 풀밭이 있는데
근처에 사람도 안보이고
풀도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있는 곳이라
여기서 하루 보내고 가면 좋을 것 같아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여기는 뭐 천연 캠핑장이나 마찬가지
이 넓은 장소가 오늘은 내 집이나 마찬가지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나무가 울타리처럼
시야를 가려주고 시냇물도 흐르는 곳이 있어서
이곳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텐트에서 밖을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다워서 좋았고
바로 옆에는 깨끗한 시냇물이 있어서
간단히 씻을 수 있어서 좋았다.
머리는 못 감았지만 그래도 세수라도 하니
시원하다~
저녁은 좀 푸짐하게 먹을려고
이름모를 햄을 한번에 다 잘라서 굽고
샐러드와 된장찌개 준비완료~!!
물보다 싸다는 맥주는 시냇물에
담궈서 시원하게 만들어주고
그 어떤 저녁보다 푸짐하고 맛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주변 풍광도 구경하고
후식으로 요구르트까지 먹으니
완벽한 저녁이었다.
오늘 환전한 체코 코루나
유로만 사용하다가
새로운 화폐를 사용하니까 신기신기~!
저녁 먹은 거 정리하고 일기 쓰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슬슬 잠자리를 준비해야겠다.
해가 완전히 지고나니
별도 엄청 보이고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
새소리가 가득하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와일드 캠핑이란 것을
해보는 것인데 다행히 너무도 좋은 장소를
발견해서 좋았다.
이제 괜찮은 장소만 있다면 왠만하면
와일드 캠핑을 하면 될 것 같다.
처음이 두렵고 어려워서 그렇지 막상하니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자신감도 생긴다.
무엇보다 저녁에 잘곳을 찾지 못해
헤매였던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여행의 폭이 더 커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를 베개 삼아
누우니 더 없이 편안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 오늘 달린 거리 : 97.2km(누적거리 : 2,206.7km)
★ 오늘 지출액 : 165코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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