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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유럽 자전거 여행기 49 (사운드 오브 뮤직의 고장_짤쯔부르크)

by freewheel 2020. 6. 11.

<5월 9일(금)_여행 31일째>

오스트리아 짤쯔부르크로

 

 

오늘은 드디어 여행을 시작한지 한달이 되는 날이다.

처음 여행을 시작하고 외롭고 힘들 때마다 한달만 버텨보자고 했었는데

오지 않을 것만 같던 한달이 그래도 다가왔다.

 

자전거 여행을 한달 정도 하니까 이제는 조금 이 생활에 적응이 된 것 같다.

 

매일 새로운 곳을 이동하고 잘 알지 못하는 식재료 때문에

잠을 자는 곳을 찾는 것과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큰 숙제이면서 두려움의 원천이 되었는데

 

텐트에서 잠을 자는 것과 현지 식재료로 끼니를 해결하는

노하우가 생기다 보니 이제는 아침마다 느꼈던

불안감과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다.

 

 

오늘은 자전거 이동거리가 조금 짧아서

아침시간을 조금 여유롭게 보냈다.

 

여기 캠핑장이 처음에는 다른 곳보다 이용금액이 살짝 비싼 편이었는데

캠핑장이 그렇게 크지도 않고 솔직히 좋아보이지 않아서

좀 바가지 쓰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

 

화장실을 보고 그 생각이 완전 없어졌다.

여기 화장실이 너무 깨끗하고 예뻤다(?)

 

 

화장실 가는 길도 주인의 정성이 느껴지는
화분이 가득해서 좋았지만

 

화장실과 샤워장이 너무 깔끔하고 예뻤다.
지금까지 가본 캠핑장 화장실 중에서
제일 깔끔하고 예쁜 곳이었다.

 

최신 시설은 아니었지만

티끌하나 물방울 하나 보이지 않았고

약간 오래된 것 같지만 그래도 운치가 있다고 해야되나?

그냥 화장실 들어가서 '우와 예쁘다'라고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은 적은 처음 인 것 같았다.

 

 

오늘의 이동계획

오늘은 드디어 짤쯔부르크로 가는 날이다.

이동거리가 평소보다 짧은 거리라

빵하고 우유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주변 산책도 하면서 느긋하게 짐을 챙겨서

11시 즈음에 출발을 했다.

 

짤쯔부르크는 중학교 음악시간에 감명깊게 봤었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라고 해서

이 코스를 잡게 되었는데

 

출발하면서부터 영화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구름 하나 없이 맑은 날씨와 야생화가 피어있는 들판

너무나 목가적인 풍경들

 

그리고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동물들

예쁜 집들이 보이고 그 너머로

아직 눈이 그대로 보이는 알프스 산들을 보며

 

괜히 영화속 '도래미송'과 '에델바이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달려본다.

 

 

 어느덧 Bernau 에 도착

도심에 들어오면 표지판과 지도를 열심히 확인해야된다.

목적지도 유심히 봐야하고 도로번호도 유심히 봐야된다. 

305번 도로를 따라갈 생각이기 때문에

여기서 우회전해서 가면 된다.

 

이제는 익숙한 PLUS 마트가 근처에 있어서

점심에 먹을 빵과 과장, 우유, 샐러드를 구입하고

구경하는데 평소에는 못봤던 양송이 버섯이 눈에 띄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된장에 버섯을 넣고 끓이면 될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양송이 버섯도 구입했다~

왠지 저녁이 기대가 되면서 양송이를 발견한 것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도심을 빠져나와 짤쯔부르크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를 피해서 가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다.

한참을 남북으로 지그재그로 헤매다가

겨우 방향을 잡았는데 배가 슬슬 고파오기 시작했다.

 

사실 길을 잃어도 경치가 너무 좋아서 걱정도 안되고

마냥 즐겁기만 했다.

 

언제 이런 곳을 다시 달려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민들레도 예뻤지만 벚꽃이 너무 반가웠다

와~!! 벚꽃이다~!!!

여기에서 벚꽃을 보게 될 줄이야ㅜㅜ

 

한국은 4월에 벌써 벚꽃이 피었다 졌겠지만

여기는 5월 초에 벚꽃이 피나보다

 

먼 이국 땅에서 낯선 풀들과 나무들만 보다가

벚꽃을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얼른 멈춰서 한참을 바라 보았다.

 

마치 한국의 어느 한 곳이라 생각하면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 보았다.

 

향수라는 것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갑자기 찾아왔다.

 

 

이제는 슬슬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아야 되는데

너무 뻥 뚫린 곳이라 그늘도 있으면서 좀 앉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달리기 시작했는데

 

저 넓은 들판 한 가운데에 엄청나게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마치 나를 기다리듯 서 있었다.

 

완벽했던 너도밤나무(마로니에) 레스토랑

가까이 가보니 벤치까지 있는 완벽한 곳이었다.

여기에 앉아 점심도 먹고 잠깐 벤치 누워서 하늘을 보며

바람을 느껴보는데

배부르고 따뜻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사진이나 외국영화 같은 것을 보면 넓은 들판

한가운데에 커다란 떡갈나무 같은게 서있고

거기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저런 곳에 직접 가보면 어떨까 상상만 했었는데

그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나무의 나이를 알 수는 없었지만 오랜시간 이 자리를 지켰을

나무 밑에 누워 있으니 이 나무가 마치 친구같았고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니가 올 지 알고 있었다'고,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그리고 '그 동안 고생 많이 했는데 잠시 쉬었다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평생 기억에 남을 나무와 헤어지는 것도 아쉬웠지만

가야할 길이 남아서 또 힘을 내서 출발했다.

 

짤쯔부르크에 가까워질 수록

들판에 농사를 짓는 곳이 점점 많아진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기서도 알프스가 계속 이어져 있다.

 

 

오~ 드디어 짤쯔부르크 도착~!!

여기 사람들은 살쯔부룩 이라고 발음하는데

이게 한국사람이 발음하기 참 어렵다.

 

독일을 지나 처음으로 오스트리아에 들어섰는데

오스트리아는 독일어를 사용하고

문화와 지형이 비슷해서 딱히 새로운 나라에

온 느낌은 아니고 독일의 한 지방처럼 느껴졌다.

 

 

도시 입구에 들어서니 엄청난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강에 설치된 커다란 보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짤쯔부르크 시내로 들어서니 차들도 많고 사람들도 많다.

지도를 보니 시내 외곽에 캠핑장이 있어서

시내를 관통해서 캠핑장으로 가려고

열심히 시내도로를 달리다가

 

신호등에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맛있는 냄새가 나서 나도 모르게

냄새 방향을 향해 돌아보니 바로 뒤에 한식당이 있는게 아닌가!!

아... 이 얼마만에 맡아보는 한식의 냄새인가ㅜㅜ

 

 

김치찌개, 된장찌개, 불고기, 밥 냄새가 다 섞여있지만

어떤 메뉴인지 다 구별할 수 있었다.

유럽여행 한달만에 나에게도 냄새를 구별하는 초능력(?)이

있음을 깨달았다.

 

오늘 숙소 찾는 것도 미루고 당장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우선 캠핑장에 짐을 풀고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으니

캠핑장을 찾아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야 했다.

 

 

한식당을 지나 조금만 더 가니

캠핑장 표지판이 보였다.

 

이대로 8km만 가면 되겠구나 생각하니

안심이 되면서 오늘 하루도

무사히 길을 찾아온 것에 감사하게 된다.

 

 

시내 번화가를 빠져나오니 다시 사방으로 보이는

웅장한 알프스의 모습에 감탄을 해본다.

 

역시 오스트리아에 오길 잘했어~!!

 

 

그런데 캠핑장이 얼마 안 남았는데 길이 점점 가팔라 지면서

길이 점점 산으로 올라간다.

 

언덕 조금만 넘으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이거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

 

 

 

그래도 잠시 뒤를 돌아보니 짤쯔부르크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좋긴하다.

 

그. 러. 나! 여기서부터 경사는 더 심해지고

끝없는 오르막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이게 예정에 없던 오르막이라 더 힘들게 느껴진다.

 

뒤에 실린 짐들 때문에 진짜 달팽이처럼

기어서 올라갔다.

 

 

오르막을 한참을 오른 것 같은데 남은거리가

4......km....... 아직 반밖에 안왔다니ㅜㅜ

4km 표지판을 보고나니 더 힘이 빠지고 허기가 진다.

 

물도 다먹었고 땀은 쏟아지고...

이를 악물고 페달을 저을 수 밖에 없었다.

 

 

다시 한참을 올라가니 그래도 경사가 조금 완만해 지면서

다와가는 느낌이 든다.

 

커다란 바위산이 또 나를 반기고

산 바로 밑에 넓은 들판이 있는

풍경이 마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드디어 캠핑장 입구에 도착~!!

끝없는 민들레 꽃들이 온통 노랗게 피었다.

 

 

캠핑장 만나기 200미터 전~

 

캠핑장은 생각보다 아담했고 조용했다.

캠핑장이 계단 식으로 되어있었는데

나말고 1팀이 캠핑중이어서

얼른 텐드를 치고 그분들에게 가서

린츠로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

 

 

오늘의 메인 요리는 '양송이 버섯 된장국'과

'양송이 버섯 볶음'이 되겠다.

 

우선 양송이를 다음어 주고

끓는 물에 된장, 양송이 버섯, 마지막으로 고추를 넣으면 끝!

 

그리고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채썬 버섯을 볶다가 소금으로 간하면 버섯 볶음도 완성!

 

 

밥과 국이 익는 동안 배가 너무 고파서

초코 과자부터 흡입했다.

이 과자 이름은 모르겠는데 한번 먹어보고 나서

너무 맛있어서 마트에서 비슷한게 보일때마다 사먹게되는

가장 사랑하는 과자였다.

 

산도와 비슷한 모양인데 과자가 훨씬 부드럽고

안에 초코가 있어서 당을 채우기에 좋았다.

특히 커피에 찍어먹으면 너무 맛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이 과자를 먹을 수 없는게 제일 안타깝다ㅜㅜ

 

 

어느새 버섯볶음 완성!!

 

 

뮌헨에서 만난 한국인 부부 덕분에 된장과 김치, 고추를 받아서

너무 맛있는 한식 저녁이 되었다.

 

된장국에는 버섯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뜨거운 된장국을 먹으니 얼마나 맛있는지

고추장만 가져올 게 아니라 된장도 가져왔어야 했는데

 

유럽 마트에 채소들은 많으니까 당분간

이것저것 넣어서 된장국을 끓여봐야겠다~!!

 

그리고 버섯 볶음은 만들기도 쉬웠고

마트에 가면 버섯은 구하기 쉬우니까 버섯 볶음도

자주 해먹을 수 있겠다.

 

 

캠핑장이 시내 근처라서 저녁먹고

시내를 돌아다녀보려고 했는데 다시 올라올 수가 없을 것 같아

시내 구경은 포기하고 그냥 캠핑장에서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 오늘 달린 거리 : 85.6km(누적거리 : 1,965.6km)

★ 오늘 지출액 : 10.35유로(먹을거리 : 4.55유로, 캠핑장 : 5.8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