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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유럽 자전거 여행기 15 (프랑스-스위스 국경을 넘다)

by freewheel 2016. 6. 23.

<4월 18일(금) - 유럽 자전거여행 10일 째>

처음으로 국경을 넘다~!!

 

 

  

평소 아무리 열악한 상황에서도

잠 만큼은 푹 자는 스타일이지만

헛간에서 잠을 자는 것이 쉽지 않았다....ㅜㅜ

 

우선 산 정상부근의 고지대에 비까지 와서 너무 추웠다.

(우리나라 대관령 꼭대기와 비슷할 듯...)

침낭의 얼굴 부분을 최대한 잠그고 외부공기를

차단해야 겨우 잘 수 있었기 때문에

침낭 속에 온 몸을 파묻고 잤는데 점점 숨이 차게 되고

숨을 쉬기 위해 코만 살짝 바깥으로 내밀었을 뿐인데

잠을 확 깨우는 소똥(^^) 냄새....ㅜㅜ

 

다시 침낭 속에 들어가 잠 들라치면 소들이

이를 갈고, 울고, 소리내고....

 

 

그렇게 밤을 보내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아침 7시에 가까이 있는 것 같은 교회 종소리가

7번 울려서 잠에서 깨는데 그 때부터

소들도 일어나서 일제히 울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 시간이 소들의 기상시간 인 것 같았다.

 

 

 

 

 

 

교회 종소리와 소들이 깨어나서 내는 소리에 잠이 깼다.

 

일어나서 볼일보고 세수하려고 소 우리로 갔더니

할머니께서 나오셔서 일을 하고 계셨다.

 

한국이나 프랑스나 시골 사람들이

아침에 부지런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더니

잠자리를 보시며

불어로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아마...

'왠 동양인 친구가 여기서 잔다고 하더니 너였구나?'

'잠은 잘 잤나?'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손짓 발짓으로 잘 잤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웃으시면서 좋아하셨다...

 

 

 

 

할머니가 일하러 가시고

어제 아저씨께서 주신 빵과 치즈, 사과를 먹었다.

빵은 그냥 바게뜨 빵이라 먹을만 했는데

치즈가 어찌나 딱딱한지....ㅜㅜ

식감이 완전 빨래비누였다....

거의 갉아먹다시피 했는데 결국 입천장도 까졌다...

내 이가 약한건지 프랑스 사람 이가 강한건지 모르겠다.

 

먹을 것을 어느 정도 먹고 옷을 갈아입으니

아이들이 일하러 왔다.

 

 

 

 

왼쪽이 큰아들인데 겨우 영어 단어 몇마디 할 줄 알아서

통역을 담당했다...ㅋㅋ

 

아침부터 나와서 소 여물을 주고

배설물들을 치우는 모습이 완전 베테랑인 것을 보니

아침에 일을 한 지 오래된 것 같다.

 

 

 잠시 후 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도 오셨다.

잠은 잘 잤느냐며 오늘도 날씨가

흐린데 며칠 더 있으려면 있으라고 하셨는데...

 

오늘 꼭 스위스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씀 드렸다....^^

 

 

 

 

오늘의 1차 목적지는 뽕따리(?)였고 그 이후로 스위스

국경을 넘어서는 갈 수 있는대로 최대한 가보기로 했다.

 

 

아저씨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출발을 했다.

 

 

 

 

 

 출발하자 마자 동쪽을 보니 산들이 보인다.

저 너머에 스위스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괜히 설레이고 기대가 된다.

 

 

 

 

 뽕따리가 33km 남았다는 표지판~!

그리고 공중전화기가 있어서

집에 전화를 했다....^^

 

 

뽕따리까지는 다행히 완만한 내리막 길이어서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다만 구름낀 흐린 날씨에 아직 겨울 눈이

남아있을 만큼 추운지역이라 달릴 수록 추웠다....^^

 

 

 

 

뽕따리에 도착하니 배도 고프고

맥도날드 냄새가 너무 맛있게 느껴져서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빅맥 세트가 6.55유로였으니 우리 돈으로 약 11,000원 정도였다.

여행 중 가장 비싼 점심을 맛있게 먹고

스위스 국경으로 넘어가는 길을 찾아 나섰다.

 

 

 

 

점심을 먹으면서부터 날씨가 맑아졌는데

산악 지대인 이 곳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저 산들을 몇개나 넘어야 할 지는 모르지만

저 산을 반드시 넘어서 스위스로 넘어가는거다~~~!!!

 

 

 

 

스위스로 가까워지니 하천도 너무 맑았고,

집들도 예뻤다.

 

 

 

 

 

시냇물을 따라 가다보니 드디어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평지를 달리다가 산을 보니 반갑기는 했지만 

여기의 산들은 우리나라의 산들과 다른 분위기라

산을 봐도 낯설기만 했다....ㅜㅜ

 

계곡사이에 길이 있는데 그 양쪽 산 꼭대기에 옛날에

 이 길목을 지켰을 것 같은 성이 보였다... 국경지대라 옛날부터

군사적으로 중요한 길이었을 것 같다...

 

오늘도 역시 산을 올라야 하는구나....ㅜㅜ

 

그래도 오랜만에 맑고 화창한 날씨여서 기분이 좋았다~

처음으로 선크림을 발라야했다..ㅋㅋ

 

 

 

 

 

처음 만난 자전거 여행자 커플~!!

 

햇빛이 따가워서 썬크림을 바르기 위해 잠시 도로변에 있는 주차장에 갔더니

 자전거 여행 중인 것 같은 커플이 보여 인사했다~!!*^^*

너무 반가워서 서로 여행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들은 한달 째 여행중이란다...

난 자랑스럽게 70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얘기했더니

자기들 여행계획을 지도로 보여준다...

 

스페인부터 시작해서 유럽횡단, 중앙아시아를 거처 중국까지

갈 계획이란다... 얼마동안 여행할 계획이냐 물었더니

18개월 예상하고 있다는 말에 갑자기 초라해지는 나...ㅜㅜ

 

그래도 누워서 타는 신기한 자전거도 타보고 도전도 받았다~!ㅋ

 

방향이 같으면 같이 가고 싶었는데

방향이 조금 달라서 서로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홍삼캔디 선물하고ㅋ 헤어졌다~

왠지 오늘은 혼자가 아닌 느낌이다...

 

 

 

 

 외국인 커플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커다란 바위산들을 지나다 보니

산 정상에 성 같아 보이는 건물들이 많았다.

길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정찰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아주 오래전 부터 있었던 것 같다. 현재도 국경이지만

옛날에도 프랑스로 넘어오는 중요한 길목인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스위스로 넘어가는 D6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과연 스위스의 산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 지 걱정이 많이

됐지만 프랑스를 떠나 처음으로 국경을 넘는 것이라 기대도

많이 되었다~!!

 

 

 

 

 

 

가파른 산을 쉬지않고 올랐다. 경사가 급했기 때문에 한번 쉬면

다시 오르기 힘들 것 같아서 천천히 그렇지만 쉬지 않고 올랐다.

 

낯선 나무들과 풍경 그리고 집들을 보면서 산을 오르는데 사람들이

신기한 듯 쳐다 봤다...ㅋㅋ

 

오르막이 끝나고 산 정상인 듯한 곳에 오니 아직 눈이 쌓여있고

스키장들이 곳곳에 있고, 마을이 있었다.

 

쉬지않고 산을 올랐더니 너무 힘들어 요구르트에

쨈을 넣어 먹으며 잠시 쉬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올라왔고,

이제 내려갈 생각에 기뻤으나...

 여기가 정상은 아니었다...ㅜㅜ

 

 

 

몇번 더 산을 오르내리며 달렸다.

그래도 산 위에 눈이 남아있으니까 풍경이 더 아름다워서 좋았다.

 

 

 

드디어 국경을 통과하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ㅜㅜ

자전거 타고 그냥 지나쳤는데 아무래도 국경인 것 같아서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여권에 도장이라도 찍는 줄 알았더니 근무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국경을 지나는 감흥이 없어서 아쉽지만

신기하게도 국경을 지나니

표지판 글씨와 색깔, 가게의 간판들이

프랑스와 전혀 달랐다.

 

여행 후 처음으로 국경을 넘었기 때문에 너무 뿌듯했다.

전체 여행일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작은 성취감으로 인해 외로움과 걱정들을

잠시 잊고 기쁨을 만끽하며, 스위스의 풍경을 즐기는

여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