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 유럽 자전거여행 5일 째>
텐트에서의 첫날은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긴 옷을 입고 잠을 잤지만 어찌나 추운지
침낭으로 얼굴을 뒤집어쓰고 코만 밖으로 했지만
코가 너무 시려웠다....ㅜㅜ
거기다 새벽에 비까지 내려 잠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 비가 조금 내린다...
어떻게 해야할 지 앞이 막막하다...
여행 2일째인데 예상치 못한 비가 오니 어떻게 해야할 지
감이 안 잡힌다. 그냥 여기서 하루를 더 보내야 하나...?
일단 밥부터 챙겨 먹기로 했다.
어제 먹고 남은 밥, 깻잎, 그리고 시금치 된장국(인스턴트)을 만들었다...ㅋㅋ
역시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해~~
그래도 아침을 먹고 나니 비가 그친다... 너무 감사하다.
오늘은 주일이라 혼자 성경책을 보며 예배를 드리고, 간단히 씻고, 짐을 챙겼다.
텐트가 다 젖었었는데 그래도 비가 그치니
조금 말라서 짐을 챙길 수 있었다.
그래도 쌀쌀한 날씨는 어쩔 수가 없다... 아니... 추운 날씨다...ㅜㅜ
오늘의 목적지로 Sens로 정하고 그곳에 캠핑장이 있는지
리셉션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Sens(썅스)에 있는 캠핑장은
겨울 동안 오픈하지 않는다며
그보다 조금 더 먼 곳에 Villeneuve로 가면 오픈한 캠핑장이 있다고 하셨다.
그래 오늘은 Villeneuve(빌례뉴프)까지 가는거야~~~!!!
날씨가 추워서 버프로 얼굴을 가리고 출발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빌례누프다~ 지도를 보니 한 동안 세느강을
따라 가면 될 것 같아 세느강 옆의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세느강을 따라 길을 가는데 여기 집들이 너무 예쁘다...
집 앞에 흐르는 강물과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들이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너무 예뻤다~~!!
그런데...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한다...ㅠㅠ
세느강변을 따라 나있는 D39번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리는데
비가 오락가락한다... 그런데 길이 젖어있어서 빨리 달릴 수가 없다.
왜냐하면 빨리 달리면 자꾸 물과 흙이 튀어서 앞이 잘 안보인다.
그러다 보니 얼마 가지도 못했는데 벌써 배가 고파진다.
가진 것이라고는 요구르트와 바게트 빵, 우유가 전부이지만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여기는 바로 버스 정류장 안~!!!
여기는 의자도 있고, 휴지통도 있고, 지붕이 있어 점심 먹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역시 점심을 먹고 나니 힘이난다.
어떻게 발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샴파느 세느??
드디어 도착한 Champagne s-Seine...(아마도 세느강의 샴페인?)
조금만 더 가면 이제는 세느강을 벗어나 D218번 도로를 따라
들판을 달릴 계획이라 이 표지판이 너무 반가웠다~~ㅋ
그리고 벚꽃처럼 생긴 꽃 덕분에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Champagne s- Seine를 지나 D218도로를 찾아야 하는데
어느 마을에서 길이 복잡해서 길을 잃었다...ㅠㅠ
거기다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헤매다가 가다보니 그 길이 아니어서 돌아오고
어떤 마을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가다보니 길이 막혀있고..
또 한번은 가다보니 D104도로가 나온다...
아... 비 때문에 시간은 늦어지고... 가야할 곳은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헤매다 헤매다 드디어 D218도로를 찾았다~!!!
저 표지판이 너무 반가웠다~ 이제는 D218번만 따라가면 한참을
고민없이 달릴 수 있다~~
이제는 세느강변이 아닌 이름모를 들판을 달리는 거다~!!!
D218도로를 따라 가다가 Cheroy를 지나면서 부터 D103을 따라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Villeneuve에 도착한다고 힘을 내었다.
그런데 조금 더 가다보니 배가 무지 고파진다....ㅠㅠ
그런데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시골이라서 그런가??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 날이 주일이었다... 주일에는 슈퍼들이
문을 안 연단다...ㅜㅜ
그런데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대로는 너무 춥고 배고프고
거기다 어두워져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일단 불켜진 집으로 가서 '껑삥??' 만 외쳤다...
(시골이라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ㅜㅜ)
그런데 다들 Sens로 가라고 한다....
10k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도저히 거기까지 갈 수가 없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추웠고 배가 고파 힘을 낼 수가 없었다.
사탕으로 겨우 힘을 내보지만 1km 정도를 가면 허기져서 페달을 저을 수가 없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리고 너무 난감하다...
오늘 과연 밤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가는길 불 켜진 집에가서 무작정 근처 캠핑할 만한 곳이 있나 물어
보면 모두들 날 경계하며 Sens로 가라고 한다. 아....ㅠㅠ
차고에라도 재워주지...ㅠㅠ
그렇게 비를 피해 잠을 잘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다
위의 집을 지나는데 불이 켜져 있어서 용기를 내어 대문을 들어서니
문이 열리고 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 나오신다.
"Excuse me? I'm going to Sens. But It's too late and rainy....
Can I sleep in your garage?"(차고에라도 재워 주세요~~!!!!!ㅜㅜ)
라고 했더니 아저씨께서 아주머니와 상의하시더니
자기 집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신다.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예???"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나왔다.
그렇게 Denis(듀니) 아저씨 집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처음으로 일반 가정집에서 자는 것이라 신기하면서도 너무 고마웠다...
자전거를 차고에 세워두고 필요한 짐만 챙겨
집에 들어갔는데
비에 홀딱 젖은 내 모습을 보고는 아저씨께서 샤워부터 하라고 하셨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니 추위가 쏴~악~ 사라졌다~!^^
샤워를 하고 내려왔더니 아주머니께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으니 같이 먹자고 하신다. 아.... 이렇게 고마울 수가....ㅠㅠ
아주머니께서 저녁을 준비하시는 동안 Denis 아저씨는 인터넷으로
다음 목적지 주변 캠핑장 정보를 검색해서 알려 주신다... 찾아가는
법과 약도를 프린트까지 해서 주신다...
거기다 이 가족 모두가 날 낯선 사람이 아닌 반가운 손님처럼 대해 주셨다...
아저씨께서는 나의 여행 계획을 들으시고 대단하시다며,
여행 꼭 안전하게 잘 하라며 격려해 주셨다.
말도 잘 통하지도 않고 인종도 다르지만
따뜻한 아저씨의 마음이 나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저녁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해서 주방으로 갔더니 글쎄 닭을 오븐에
구워서 주셨다~~!!! 아~!! 그저 "쌩큐~!!"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ㅠㅠ 완전 감동이다...ㅠㅠ
저녁 메뉴는 닭 구이와 마카로니, 그리고 양배추 요리였다.
춥고 배고파서 그랬는지 너무 맛있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닭고기를 더 먹고 싶었는데
"닭 더 먹을래?" 라고 물어보는 듀니 아저씨의 물음에
자연스럽게 "괜찮아요~" 했더니 더이상 물어보시지 않으신다....ㅜㅜ
한국사람은 한번 거절하는게 예의라고요....ㅜㅜ
더 먹고 싶어도 더 달라고 얘기하기 부끄러워 말도 못하는 한국인의 예절이
몸에 배어 있어, 맛있는 닭을 눈 앞에 두고도 양껏 먹지못한게 지금도 생각난다.
그래도 다행인 건 프랑스 가정답게 주메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와인 그리고 후식으로 요구르트와 빵도 주셨다~
너무 고마워 태극기를 선물했다. 그리고 꼬마 애들에게 한국 돈이라며 100원짜리 하나씩 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는 부모님 드리라며 작은 와인 1병과 체리쨈 1병을 주셨다.
프랑스 인의 가정에서 같이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낯선 동양인을 반갑게 맞아주시고 따뜻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
가슴 깊이 따뜻함과 감사가 느껴지는 밤이었다.
☆ 오늘 달린 거리(누적거리) : 91.63km(173km)
★ 오늘 지출 액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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