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월)_여행 41일째>
오늘은 베를린을 향해 출발하는 날이라
아침일찍 좀 서둘렀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샤워하고 짐을 챙기고 있으니
어제 저녁에 대화를 나누었던 부부께서도 일어나셨다.
2인용 자전거로 여행중이셨는데 버프를 선물로 드리니
너무 좋아하셨다.
뷔르츠부르크에 사시는데 근처 오게 되면
집으로 꼭 와달라고 하시며, 집 주소를 알려주셨다.
맛있는 독일빵을 만들어 주시겠다고 하신다^^
내가 선물한 버프를 들고 행복해하시는 부부
유쾌하신 성격이시라 대화하는게 참 즐거웠다.
오늘부터 내가 왔던 방향으로 프라하로 가신다고 한다.
같은 방향이면 더 좋았을텐데 반대 방향이라 너무 아쉬웠다.
자기들도 뭔가 주고 싶은데 자전거 여행 중이라
줄만한게 없다며 짐을 좀 뒤적거리시더니
에너지가 떨어질 때 먹는 사탕이라고 하시며
사탕을 주셨다. 처음 보는 물건이라 신기했는데
여행 중에 요긴하게 쓰였다.
오늘의 목표는 도자기로 유명한 마이센(Meißen)까지
엘베강 따라 가다가 Nünchritz까지 가서
거기서 부터는 베를린 방향으로 최대한 멀리 가는 것이었다.
그러면 내일 오후나 모레에는 베를린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출발전 화장실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새 얼굴이 많이 타고
수염도 제법 자란 것 같다.
출발하고나서 이제는 익숙한 엘베강을 따라 달리는데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쌀쌀한 날씨라
조금 힘들었다.
다리근처 우체국이 있어서 집에 보낼 엽서를 보내고
바로 옆에 마트가 있어서 점심에 먹을거리를 좀 샀다.
익숙한 다리를 지나 드레스덴 시내를 들어서니
여전히 경치가 아름답다.
시내를 지나고 나서는 이제 처음 가보는 길이다.
일단 엘베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마이센까지는 계속 달리기만 하면 될 것 같다.
강변도로를 가다보니 저멀리 풍차가 보인다.
네델란드에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독일에서도 풍차가 있는 거구나~^^
이 지역은 오르막이 없는 평탄한 지역이라
마음 껏 경치를 구경하며 달렸다.
그런데 엘베강 자전거 도로가 중간에 종료가 되서
일반 국도로 옮겨야 되는데 모르는 길이다보니
길을 찾아 조금 헤매야 했다.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없을 때 표지판을
만나면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마이센까지 6km 만 더 가면 된다고 하니
더 기분이 좋아진다.
마이센으로 가는 길에서는 하늘이 맑아져서
기온도 따뜻해지고 경치가 너무 예뻐서 달리는
길이 즐거웠다.
멀리 엘베강 건너편 언덕에는 포도밭이 있어서
이 지역에도 와인이 유명한 것 같기도 하고
운치도 있어서 좋았다.
차도 별로 없고 울창한 나무들이 있어서 경치도 예쁘고
공기도 상쾌해서 더 좋은 길이었다.
마이센 시내에 가까워지니 다시 엘베강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렸다.
드디어 마이센에 도착~!
커다란 마이센 성당 건물이 이 주변에서
제일 큰 건물인 것 같았다.
마침 자전거 도로에 벤치가 있어서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엘베강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으니 소풍온 기분도 들어서 좋았고
마이센 도시와 엘베강의 경치도 좋아서 더 좋았다.
식빵에 체리 쨈을 바르고 소세지를 얹어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우유와 함께 초코 비스켓으로 후식을 먹으면
완벽한 한끼 식사가 된다.
여기서 부터는 다리를 건너서 반대편
강변도로를 따라 가기고 했다.
뒤돌아보니 마이센 성당이 더 커보였다.
점심을 잠깐 먹은 것이 전부였지만
마이센이라는 도시가 참 좋았다.
아담하고 고즈넉해서 그런 것 같다.
반대편 강변도로를 달리다 보니 곳곳에 포도밭이 있었다.
넓은 강변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니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나서 두리번 거리니
자전거 도로 바로 옆에 레스토랑이 있고
자전거 라이더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러명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으면 점심을 여기서 먹어보는건데
현지 라이더들이 좋아하는 곳이라면
분명히 맛이 있을거라는 생각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강변에 밀밭이 끝이 없었는데 어느덧
밀알이 제법 자라나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할 때는
이제 막 싹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시간이 그만큼 흘렀나보다.
엘베강의 풍경에 빠져 달리다 보니
어느새 Nünchritz 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북쪽 방향으로 무조건 달리기로 했다.
여기도 끝없는 평지라 신나게 달렸지만
계속 똑같은 풍경이라 조금 지루했다ㅜㅜ
이곳에는 풍력발전기가 많이 있었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 맞는지 맞바람이 많이 불어서 힘들었다ㅜㅜ
다행히 표지판을 찾아서 우회전해서 조금 더 달렸다.
원래 오늘 목적지는 Falkenburg에 있는 캠핑장을
가려고 했는데 이미 100km 를 넘게 달렸고,
해도 곧 지려고 해서 그냥 와일드 캠핑을 하기로 했다.
여기는 주변이 온통 밭으로 되어있어서
와일드 캠핑할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좀 더 달려 보기호 했는데
앞에 길이 좁아지면서 숲이 보이기에
이 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숲이 우거진 곳이어서 도로를 벋어나
우측 숲속으로 들어갔다.
숲에는 사람들이 안 오는지 길이 험해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기가 힘들었지만
다행히 텐트를 칠만한 평편한 풀밭이 나왔다.
여기가 좋아 보이는구만~!
풀이 높이 자라서 일단 발로 밟아서 풀을 좀 눕혀주었다.
이제 텐트를 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엄청난 모기떼가 나타나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모기약이 있을리 없는데 모기들이
온 몸에 달려들어 옷을 뚫고 물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모기를 본 것이 처음이라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ㅜㅜ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온몸을 북치듯이 두드려댔다.
아마 누군가가 나를 봤으면 숲속에서 춤추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다행히 무한히 있을 것 같던 모기도
한번 잡고 났더니 더 이상 없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해야겠다.
풀이 많아서 바닥이 푹신해서 좋았다.
이제 저녁을 준비해야 되는데 아무래도
가스가 부족할 것 같아서 주변에 있는
나무를 모아서 장작불에 저녁을 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산에서는 바위가 너무 흔한데 여기는
큰 돌이 전혀 없어서 큰 나무 둥치를 구해서
그 사이에 불을 피우고 냄비를 받쳐서
밥과 국을 하기로 했다.
숲에서 불을 피우면 위험하지만 최대한 조심하게 불을 피웠다.
숲에 습기가 많아서 그런지 불을 피우자 나무들이
어찌나 연기를 내뿜는지 사람들이 불 난 것으로 오해할까봐
얼른 불을 줄이고 마른 나무들로만 불을 피웠다.
날은 어두워지고 불을 약하게 피우다 보니
밥은 설익었고, 미역국도 미지근한 맛이었다ㅜㅜ
그래도 꽁치 통조림과 깻잎, 고추장을 밥에
비벼 먹으니까 너무 맛있었다.
마치 야생에서 밥을 먹는 것 같았지만
너무 맛있어서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밥을 먹고 커피 한잔을 타서 초코 과자를 먹으니
더 좋았다.
숲속이라 금방 어두워져서 텐트 안으로 들어와
달빛에 일기도 쓰고 독일 여행 책에서
베를린 관광 정보를 확인했다.
독일 숲속에서 처음으로 하는 와일드 캠핑이라
긴장도 됐고, 뜻하지 않게 모기떼의 습격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을 밤이었다.
내일이나 모레면 베를린에 도착할 것 같은데
기대감을 안고 잠에 들었다.
☆ 오늘 달린 거리 : 104.8km(누적거리 : 2,787.1km)
★ 오늘 지출액 : 4.68유로(엽서, 점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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