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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유럽 자전거 여행기 62 (베를린 바로 전 포츠담 도착)

by freewheel 2020. 11. 13.

<5월 20일(화)_여행 42일째>

 

숲속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새벽에 새소리가

끝없이 들려와서 생각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일찍 잠에서 깼지만 새소리를 알람소리 삼아

일어나는 것이 기분이 참 상쾌하고 좋았다.

 

오늘 베를린까지 갈 수 있을지 거리가 좀 애매하지만

가능하다면 베를린까지 가고 안되면 상황을 보고

포츠담 근처에 캠핑장이 있으면 거기까지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아침은 어제 먹고 남은 밥에 물을 말아서 대충 해결했다.

 

냄비를 씻으면서 밑면을 보니 그을음이 장난 아니다ㅠㅠ

오늘 캠핑장에 가면 좀 박박 씻어야겠다

 

일찍 일어나서 짐을 챙겼으나 텐트가 이슬에 젖어있어

텐트를 햇빛에 말리다 보니 10시가 다 되어 출발이다.

 

오늘의 이동경로

101번 도로를 따라 베를린까지 가기에 조금 먼거리

포츠담 방향으로 가서 상황을 보기로 했다.

 

숲을 빠져나와 도로로 나오니 차도 사람도

없는 아주 한적한 숲길이라 숲 내음을 맡으며

달릴 수 있었다.

 

Uebigau 를 지나 101번 도로를 만나니

확실히 길도 커지고 국도 옆 전용 자전거 도로가 나온다.

베를린까지 101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반갑다.

이 지역은 거의 평지인데다가 자전거 도로도 좋아서

신나게 달렸다.

 

주변에 풍경이라고는 거의 대부분 밀밭이라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지만 많이 지루했다ㅠㅠ

언덕이나 산이 나오면 힘은 들어도 그래도

경치가 좋아서 자전거 타는 재미라도 있는데

같은 풍경만 보고 달리는게 고역이었다.

 

평지라 열심히 달리다 보니 금방 30km 정도를 지나왔다.

평지에 그늘이 별로 없는 도로를 달렸더니

목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해서 물을 마시다보니

물통에 물을 거의 다 마셔버렸다ㅠㅠ

 

일단 계속 가면서 마을이 보이면 물을 좀 얻어가기로 했다.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작은 마을이 나오고

물을 좀 얻을만한 집이 어디없나하고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사진에 있는 집

2층 창문에서 창밖을 보고계신 아저씨가 계셔서

인사를 드리고 물 좀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흔쾌히 승낙하시면서 지하로 데려가셨는데

물통에 물을 채워주시고 나서 물이 조금 부족하게 보이셨는지

1.5L 페트에 든 새 물통도 하나 더 주신다.

물 인심이 너무 좋은 아저씨 덕분에 기분도 좋아지고

괜히 독일사람들에게 인식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아저씨께서 주신 물은 조금 아끼기로 했다.

물도 마음껏 마시고 물통에 물도 가득하니

든든한 마음으로 다시 출발했다.

 

조금만 더 가면 Jüterg가 나오는데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도로표지판이 곳곳에 있었다.

그만큼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것 같은데

차량 운전자들에게 스케이트 타는 소수의 사람들을

조심하라는 표지판인 것 같아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독일의 운전 문화가 아닌가 싶어서 이런 것은 배울점이라 생각이 들었다.

 

Jüterg 시내를 지나서 마침 버스 정류장이 보이길래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열심히 달렸는데 국도가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면서

자전거 도로가 더 이상 없어졌다ㅠㅠ

자세한 지도가 없고 주변에 사람들도 없어서

주변 도로를 한참을 헤매다가 비포장 숲길도 들어가고

한참을 헤매다보니 겨우 길을 찾았다.

뜻하지 않게 길을 잃으면서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한 것 같다.

 

결국 오늘 베를린까지 가는 건 포기하고

포츠담에 있는 캠핑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새로 찾은 길도 다행히 경치가 예쁘고

나무들이 많아서 좋았다.

 

드디어 포츠담 도착~!!

이제 캠핑장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캠핑장이 포츠담 시내를 지나서

한참을 가야했다ㅠㅠ

 

생각보다 멀어서 찾는다고 고생해서 그런지

캠핑장 정문이 어찌나 반가운지

큰 도시에 있는 캠핑장이다 보니 규모도 크고

가격도 10.5유로로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고 호수가에 있어서 경치도 좋았다.

 

가스가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가스렌지와 전자렌지가 있어서 마음 편하게

저녁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포츠담 시내에서 사온 계란과 샐러드가 너무 맛있었다^^

 

오늘이 지금까지 자전거로 가장 먼거리를 달린 하루였는데

평지를 달려서 그런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서 좋았다.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하고 나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일기를 쓰다보니 몸이 나른하면서 작은 행복함이 밀려든다.

 

내일은 정말로 베를린에 도착할 것 같아 약간 설레이기도 한다.

즐거운 베를린 여행이 되길 기도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 오늘 달린 거리 : 125.8km(누적거리 : 2,912.9km)

★ 오늘 지출액 : 12.53유로(저녁거리, 캠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