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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8년 유럽 자전거 여행

유럽 자전거 여행기 63 (독일의 수도 베를린 도착)

by freewheel 2021. 4. 8.

<5월 21일(수)_여행 43일째>

오늘은 드디어 베를린에 도착하는 날이다.

이번 여행에서 독일을 위주로 여행을 하는

두번 째 목표가 '독일 자동차에 대해 알아보고 접해보고 싶다.'인데

두번 째 목표는 지금까지 어느정도 이룬 것 같다.

 

여행의 첫번 째 목표는 '통일된 독일의 현장을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였다.

그 중에서도 통일 독일 역사의 중심인 베를린을 꼭 보고 싶어서

베를린을 돌아보는 시간은 좀 여유롭게 가질 예정이다.

어떻게 보면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부터 설레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도 많아지기도 한다.

 

우선 아침은 어제 남은 밥에 물을 더 넣고

계란을 풀어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계란국밥이다.

계란도 한개 구어서 샐러드랑 같이 먹으니 든든하고 좋았다.

 

아침을 다 먹고 설겆이를 끝내고 나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성경책을 읽는 여유도 가져본다.

 

호숫가 옆에 텐트를 쳤더니 호수가 한눈에 보여서

이런 집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막상 베를린으로 출발하려고 하니 숙소를 어떻게 할까 다시 고민이다.

지도에 있는 캠핑장은 시내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있고,

시내 중심에 있을 유스호스텔은 자리가 있을 지 모르겠고....

 

짐을 다 챙겨놓고 캠핑장 리셉션에서 지도를 보고 고민을 하다가

덩치 큰 남자 직원에게 베를린 시내 캠핑장에 대해 물어보니

거기는 잘 모르겠다며 직원들끼리 뭔가 심각한 대화를 주고 받는다.

그러다가 한 여직원이 인터넷으로 뭔가를 검색을 하고,

거기서 주소를 메모해서 나에게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지도를 출력해서 위치까지 알려준다.

 

베를린 시내에 있는 [Tentstaion] 이라는 곳인데

시내 중심에 있어서 위치가 너무 좋아보였다.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텐트는 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베를린을 향해 출발했다.

 

베를린 시내로 가는 길은 여러가지 였지만

쉽고 빠르게 가기 위해 1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포츠담 시내에서 2번 도로로 바꿔서 베를린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한가로운 포츠담 시내를 달리다 생각보다 쉽게

2번 도로를 찾을 수 있어서 2번 도로를 따라 달렸다.

2번 도로는 호수와 숲으로 이루어진 길이라 경치도

좋았고 길도 복잡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2번 도로를 어느정도 달리니 베를린 시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만 봐도 기분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좁은 숲에 있는 도로로 가다보니 길이 점점 넓어진다.

뭔가 시내로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시내에 들어서면 5번 도로를 타고 달리면 된다.

갈림길이 있어 잠시 헤맸지만 그래도 5번도로를 만났다.

이 도로로 그냥 직진만 하면 베를린 시내로 갈 수 있다.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있어서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된다.

 

시내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다보니

독일의 자전거 문화에 대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시내에서 이렇게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골목길이 나오기 마련이고

차들이 도로에 진입하려고 나오다 보면 저 빨간 위치에 멈추게 된다.

처음에 나는 우리나라에서의 경험을 생각하고

당연히 차를 보내고 지나가려고 속도를 줄였었다.

 

그런데!!!!!!!

독일 운전자와 내가 눈이 마주치면 독일 운전자들은 재빨리 차를 후진해서!!!

자전거가 지나갈 수 있게 비켜주었다...... 아...... 이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까?

와... 태어나서 처음보는 광경에 내 두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특별히 저 운전자만 그렇겠지 했는데 왠걸?

100이면 100 모든 자동차가 후진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빨리 도로로 진입을 해서

무조건 자전거를 배려해주는 것이었다.

 

이제는 이게 나도 익숙해져서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자동차가 나오더라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어차피 후진해주거나 비켜줄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꽤 먼 거리를 시내 자전거 도로를 신나게 달리다 보니

전승기념탑이랑 TV송전탑이 보였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시내 중심이고 숙소도 근처라 안심이 되었다.

 

전승 기념탑을 배경으로 혼자 사진을 찍을려고 애쓰고 있으니

지나가는 행인분이 사진을 찍어주신다~! 감사합니다~!!

 

가까이서 보니 화려한 금색이 더 눈에 띄는 것 같다.

 

티어가르텐에서 버스정류장의 지도를 잘못보고 길을 좀 헤매었다.

그래도 베를린 중앙역이 어디인지도 알게 되고

제국의사당, TV송신탑이 어디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숙소를 못 찾아서 길 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았더니

숙소가 바로 근처인 것 같았다.

일단 주소에 있는 도로를 찾았으니 숙소만 찾으면 되는데

간판이 생각보다 눈에 안띄어서 같은 길을 몇번 왔다갔다했다.

 

그래도 결국 간판을 찾았는데 내가 못 찾을만도 하다 ㅎㅎㅎㅎ

나는 제대로 된 간판만 찾아다녔는데 이건 뭐 낚서 수준이라

찾는게 더 어려웠다.

 

숙소는 제대로 찾았는데 과연 시내 한가운데 있는 캠핑장이

어떨지 약간 걱정스럽기도 했다.

시설이 영 아니다 싶으면 나올 생각으로 들어갔다.

 

겉에서는 입구가 좁아서 몰랐는데 안에 들어와보니 엄청 넓었다.

다행히 시설은 나쁘지 않았고 주중인데도 안쪽으로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까지 여기서 머무르기로 하고 체크인을 했다.(1일 11유로)

 

텐트를 치고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나니 4시가 넘었다.

대충 옷을 챙겨입고 시내 구경을 나가려고 했는데

 

옆 텐트 사람들이 빵과 소세지를 굽고 있다ㅎㅎ

소세지를 굽는 건 알겠는데 빵을 굽는 건 처음 보는 거라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빵을 갈라서 소세지에 소스를 뿌려서

먹어보라고 주는데 먹어보니 빵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데

그 안에 맛있는 오리지널 독일 소세지가 있으니 너무 맛있었다!!!!

빵을 왜 구워서 먹는지 이해가 한번에 됐다.

Danke Schön~~~!!

 

오후에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냥 베를린 시내 중심가

길을 익힌다는 느낌으로 대충 둘러보고 내일부터 제대로 보기로했다.

시내로 나가기 전 캠핑장 근처 마트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여기가 유리 돔으로 유명한 국회 의사당 건물인데 캠핑장에서

자전거로 10분도 안걸리는 거리였다.

 

고풍스러운 석조 건축물에 현대식 유리 돔이 올라가 있는 것이

특이하기도 했고 과거와 현대를 잇는다는 뜻인 것 같아 예쁘기도 했다.

 

정문 위쪽에 장식과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뭔가 독일 국민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입구도 커다란 현대식의 유리로 된 것이 특이했다.

내일은 여기부터 제일 먼저 와봐야겠다~!!

 

의사당 건물 왼쪽 뒷편으로 가니 강이 있고

강 주변으로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있다.

국회 의사당 건물을 현대식으로 지은 것 같은데 아마 국회와 관련된 건물 같았다.

예전에 누나가 베를린 여행한 사진을 보내줬을 때

여기 사진이 있었는데 그 생각이 났다.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니 독일 통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이 있었다.

예전에는 여기가 분단선 역할을 했었고, 주변으로 장벽도 있었다고 한다.

 

개선문 위로 보이는 청동상이 뭔가

과거는 잊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파크.....

유대인의 비석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그 슬픔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한편으로는 베를린 중심 중의 중심인 위치에 빌딩을 짓는게 아니라

이렇게 큰 규모의 추모 공원을 조성한 것을 보며 독일인들의

유대인을 향한 사죄의 마음이 얼마나 크고 진심인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베를린의 상업 중심지

포츠담 광장이 나오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현대식 건축물과 빌딩들이 나타났다.

 

이렇게 높은 빌딩을 본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유럽 여행을 하다보니 낮은 건축물과 드넓은 자연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런 높은 빌딩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포츠담 광장 한편에는 베를린 장벽을 그대로 전시해둔 곳도 있었다.

내일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를 가서 남아있는 베를린 장벽을

볼 생각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실물을 먼저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이 상임지휘자로 있었던

베를린 필하모니 건물은 노란색이 특징이었다.

어릴 때 집에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 LP가 있어서 참 많이 들었었는데

이렇게 직접 그 건물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감사했다.

 

매표소에 가보니 거의 매일 크고 작은 공연 스케줄이 있었다.

시간을 보니 저녁 공연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만히 보니 내가 가진 옷 중에서 공연을 보러 갈 때 입을만한

정장이나 깔끔한 옷이 없었다......ㅜㅜ

 

지금와서 생각하면 근처에서 정장을 빌릴만한 곳을 물어보거나 했어야 되는데

그냥 포기하고 돌아온 것이 후회가 된다ㅠㅠ

 

베를린 필하모니 건물 맞은편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베를린 국립 도서관 건물이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회원증이 있어야 열람실을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매점이며 다른 시설들을 둘러보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이렇게 큰 도서관이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것도 부러웠다.

 

대략적인 시내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저녁에 간단히 먹을거리를 샀다.

 

점심을 늦게 먹어서 과자랑 와인을 저녁삼아 먹으며

텐트에서 오후 날씨를 즐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축구를 중계하는 소리가 들린다.

 

텐트 뒷편에 사용하지 않는 실외 수영장이 있고

그 위에 간단한 매점이 있는데 거기서 챔피언스리그 결정전을 중계하고 있었다.

07-08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맨유와 첼시의 경기였다.

 

자전거 여행 중이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볼 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TV에서 보던 독일의 맥주집 같은 곳에서 여러사람이랑 같이 축구를 보게되었다ㅎㅎㅎ

빈의자에 앉아서 축구를 보고 있는데 옆에 있는 아저씨가

바베큐를 했다고 고기도 몇점 주신다.

 

나는 한국사람이라 박지성이 있는 맨유가 이기길 마음속으로 응원했는데

여기가 독일인데다가 첼시에는 독일 대표팀 주장 발락이 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조심스레 구경하고 있는데 여기 독일사람들은

대부분 맨유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 때부터 나도 마음 편하게 맨유에 좋은 찬스가 나면 같이

소리지르면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경기는 결국 승부차기 끝에 맨유의 우승~!!!

사람들이 모두 승리의 함성을 지르고 다같이 기뻐하고 있는데

첼시의 발락이 주저앉은 모습을 보이자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더 즐거워 하는 듯 보였다.

 

축구를 보다보니 밤이 늦었고 길었던 하루라

피곤하기도 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즐거운 하루이기도 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베를린 시내를 둘러볼 생각인데

토요일까지 지내니까 좀 여유롭게 보낼 계획이다.

 

베를린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생각보다 좋은 캠핑장을

발견한 것도 감사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축구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감사한 하루였다.

 

☆ 오늘 달린 거리 : 54.3km(누적거리 : 2,967.2km)

★ 오늘 지출액 : 49.19유로(4일 캠핑장 44유로, 점심거리 1.42유로, 저녁거리3.77유로)